‘감염병의 대명사’ 페스트는 고대부터 일정한 주기로 수차례 지구를 휩쓸었다. 페스트로 인한 팬데믹은 6세기, 14세기, 19세기 등 세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특히 페스트가 맹위를 떨쳤던 시대는 14세기였다. 당시 칭기즈칸이 세운 몽골제국의 군사·정치·경제적 활동은 페스트를 전파시키는데 촉매제로 작용해 전례없는 팬데믹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유럽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인구의 1/4에서 많게는 1/3에 이르는 수가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의 서문에는 1348년 닥친 페스트의 공포가 잘...
2023.05.07 18:32인간에게 최초 에너지원은 불이었다. 불을 사용하면서 비로소 인류는 난방과 요리 등을 하게 됐다. 이후 에너지로 인류사에 변화를 일으킨 계기는 ‘범선’의 출현을 꼽는다. 범선은 선체 위 돛이 바람을 받으면서 그 풍력으로 전진했다. 중국은 1400년대 처음 범선을 이용해 자국 영향력을 확대했다. 유럽 탐험가들보다 먼저 인도와 아라비아를 탐험했고 인도양 국가들을 자국의 조공 체계에 편입시켰다. 1500년대 중국은 외부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국가적 의지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항해술과 세계관으로 무장, 대항해 ...
2023.05.03 15:23“휘발유는 이제 망했어!” 지난 2010년 6월 29일. 파산 위기를 겪던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나스닥에 기업공개를 마친 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샴페인을 터트렸다. 테슬라가 곧 망할 것이라며 괴롭혀 온 반 전기차 세력을 향한 외침이었다. 2003년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한 테슬라사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창립 초기 월스트리트는 테슬라를 두고 ‘환경에 관심 있는 억만장자의 장난감’ 정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설립 10년 만에 100년 역사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1조달러가 넘는 최초의 자동차 회사로 우뚝 ...
2023.05.02 17:22줄타기 고수가 아닌 이상, 높은 담장 위를 걷는 일은 누구에게나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가 간의 외교를 흔히 ‘담장 위를 걷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외교 무대에선 자칫 한 발짝만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북한과 군사적 적대관계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정세까지 맞물려 위기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의 외교는...
2023.05.01 18:02흑산도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들은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으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자동 재생할 것 같다. 또 역사 덕후들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정약전의 ‘자산어보’, 그리고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기 ‘표해시말’을 금세 소환할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흑산도하면 ‘코가 뻥 뚫리는 알싸한 맛’이 일품인 남도 대표음식 홍어가 먼저다. 홍어는 우리나라 서남해 이곳 저곳서...
2023.05.01 16:53“내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나를 믿어달라.” 지난 1999년 2월 함평 대동면 폐금 동굴에서 황금박쥐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 황금박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동물 제1호로 지정한 희귀종. 2005년 이 이야기를 들은 이석형 당시 함평군수가 황금박쥐를 스토리텔링과 연계시켜 관광자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1톤의 순금으로 황금박쥐 조형물을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반대는 강력했다. 결국 이 군수는 차선책으로 27억 원을 들여 순금 162㎏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다. 2008년는 일반에도 공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
2023.04.27 17:47화순군이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만원 아파트’를 내놨다. 월 임대료 만원만 내면 20평 크기의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깡통 전세’처럼 보증금을 떼일 걱정도 없다. 화순군이 임대료와 보증금을 대주고 있기 때문에 만원 아파트가 가능한 이유다. 화순군의 파격적인 주거정책은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청년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주거문제를 해결해주고 자연스럽게 인구유입을 통해 소멸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파격시책으로 평가된다. 군...
2023.04.26 17:23“보따리 하나 있으면 먹고 사는데 뭔 욕심이 필요하겄어.” 지난 2017년 보성 벌교에 사는 서부덕 씨가 보성장학재단에 자신의 전 재산인 8000만 원을 기부했다. 25살 때부터 보따리 하나 싸 들고 전국을 떠돌며 온갖 생필품을 팔아 번 돈이었다. 50년 동안 보따리 장사만 했다는 그에게 보따리는 생계수단이면서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뭐든 싸고 담을 수 있고, 머리에 이고 허리에 질 수 있는 보따리야말로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게 서 씨의 회상이다. 보따리는 불과 40여 년 전까지도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2023.04.25 17:36어떤 방면에 오랫동안 일해서 그 분야의 기술이나 기능에 뛰어나거나 관련 정보에 밝은 사람을 일컬어 ‘베테랑’이라고 한다. 숙련자, 전문가와 유사한 단어지만 베테랑은 오랫동안 종사했다는 것이 좀 더 강조되는 어감의 차이가 있다. 즉 전문가가 관련 직종에서 종사를 해서 경험을 쌓아올리면 베테랑이 된다. 베테랑이란 표현은 보통 기가막힌 실력을 발휘했을 때 보다는 위기를 부드럽게 넘긴다던가 경험에 따른 직관에서 나온 임기응변을 보여주었을 때처럼 주로 관록에서 나오는 능력을 칭찬할 때 자주 사용한다. 프로야구가 개막 한 달을 맞이...
2023.04.24 18:18불법 도청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워터게이트’다. 1972년 6월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돼 체포됐다. 이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닉슨 대통령과 보좌관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였다. 닉슨은 재임 중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기밀자료가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 요원에 의해 폭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NSA는 우방국 까지 망라해 전 세계 ...
2023.04.23 13:48지난 5일 울산에서는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여당의 참패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6일 개표 완료된 4·5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교육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패배했다. 교육감은 진보성향의 인사가 당선됐고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여당 내부사 쑥대밭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울산은 국민의힘 텃밭이다. 현 여당의 수장인 김기현 대표, 박성민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심지어 김 대표는 울산시장을 지낸바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내...
2023.04.20 16:48요즘 동네에서 은행 점포나 ATM(무인자동화기기)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보편화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등 금융권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 불러온 현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MZ세대 10명중 9명 가까이는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해 금융생활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은행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은행들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줄이기에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말 7673개에서 지난해 말 5800개로 10년 사이...
2023.04.19 14:48‘봉투를 좋아하는 불량 선생, 김봉두’. 지난 2003년 개봉된 영화 ‘선생 김봉두’의 메인 카피다. 지각을 밥 먹듯 하고, 교장에게 매일 혼나는 문제 선생 김봉두. 술을 좋아하고, 공공연히 학부모에게 ‘돈 봉투’를 강요하는 그는 이름조차 ‘봉두’다. 이름이 상징하듯 학교에서 학생을 대하는 기준도 ‘어쩔 수 없이 받는다는 돈 봉투’ 였다. 돈 봉투 사건으로 오지 시골 분교에 발령 난 뒤에도 그는 ‘봉투’만을 좇는다. “학교에서 돈 봉투만큼 큰 위력을 가진 것은 없다.”는 게 김봉두 선생의 철학이다. 1988년 4월, 대우그룹 ...
2023.04.18 18:0416세기 독일 최고의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the Elder·1472~1553)가 그린 ‘젊음의 샘’은 청춘(靑春)의 의미가 심하게 뒤틀려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젊음을 갈망하는 노인들이 ‘젊음의 샘’에 몸을 담근 뒤 청춘을 되찾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샘에서 나와 회춘한 노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애를 나누고 시끌벅적한 연회를 즐기는 것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청춘을 얻고자 했던 이유가 말초적인 쾌락과 환락 때문이었다니. 작품 속 면면을 들여다보면 버나드 쇼의 ‘젊은이에게...
2023.04.17 18:05중국의 4대 미인은 춘추시대 서시와 전한시대 왕소군, 삼국시대 초선, 당나라 양귀비를 꼽는다.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고 이 4명의 별명을 이어 붙여 만든 ‘침어낙안 폐월수화(沈魚落雁 閉月羞花)’라는 말의 운율이 잘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태백, 백거이, 왕안석 등 시인 묵객들은 4대 미인에 대한 많은 시를 남겼다. ‘미모에 놀란 물고기가 물속으로 숨고(서시)/기러기는 나는 법을 잊고 땅에 떨어졌다(왕소군)/달은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고(초선)/꽃들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양귀비).’ 초선을 의미하는 폐월은...
2023.04.16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