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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77일이 지났다. 참 빠르다. 지난 6월 9일 있었던 '학동 참사' 이야기다. 철거공사 중 5층 건물이 무너져 지나던 버스 승객 9명이 숨진 안타까운,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은 여전하지만, 우리의 기억에선 조금씩 지워져 간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함께 슬퍼했던 광주 동구청 내 합동분향소도 이젠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런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분향소가 마련된 곳에 있는 커다란 현수막이다. '학동 재개발 붕괴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동구청 앞 거리에도 같은 현수막이 그 자리 그대로다. 동구 지역 각 동마다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같은 현수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뒷이야기가 가슴 아프다. 학동 참사로 사랑스러운 이들을 잃은 한 유...
홍성장 기자2021.08.24 13:18광주 남구청사 앞에 한반도기가 펄럭일 예정이다. 76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남북간 통신연락선 복구 등 남북 관계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일주일간 한반도기를 게양한다는 것이다. 뜬금없는 웬 한반도기냐고 혹자는 물을 수 있겠다. 필자도 처음엔 "왜?"라고 반문했다. 잠시 한반도기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국기 게양대에 내걸리는 한반도기는 지난 1989년 12월 남북 체육회담에서 합의됐다.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형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고,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하늘색 바탕의 작은 섬으로 표시했다. 그렇다. 바로 독...
노병하 기자2021.08.10 15:18예산담당 지방공무원들은 예산시즌이 다가오면 한 달 가까이 가족과 생이별을 한다. 서울로 상경해 임시숙소를 얻은 뒤 국비확보를 위해 중앙부처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닌다. 주요 국가사업 유치도 마찬가지이다. 단체장 뿐 아니라 공무원, 정치권까지 총동원돼 사활을 건다. 중앙에 애걸복걸하고 여기에 인맥을 통해야만 지방 현안 해결이 가능한 지방 정치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에 길들여져 사실상 지방의 차별과 종속을 당연히 여기는 식민지적 행태가 고착화 되면서다. 이것은 지역민은 물론 서울시민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기형...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1.08.03 16:3873년 비극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여순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담은 특별법이 지난 20일 공포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국무회의 의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이날 관보에 게재됐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공포 이후 6개월 뒤인 내년 1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마침내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의 첫 단추가 꿰지게 됐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국군 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 출동 명령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진압 과정...
박간재 기자2021.07.27 15:02친노(친노무현)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는 여당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내년 대선 끝난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유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쪽 사람들로는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더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6·11전당대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우려대로' 마무리됐다. '이준석 돌풍'은 현상이고, 집권여당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이준석 당 대표는 85년생, 36살이다. 헌정사상 교섭단체 정당에서 나온 첫번째 30대 당 대표다. 70년대 YS(김영삼)...
서울=김선욱 기자2021.06.29 13:36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다. 아침에 큰아들 생일상을 차려놓고 일터로 향했다. 그의 일터는 2년 전쯤 고생 끝에 차린 작은 식당이다. 코로나19 탓에 줄어든 손님, 그는 점심 장사를 마치면 집으로 향했다. 이날도 평소처럼 식당 반찬거리 장만을 위해 전통시장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불과 두 정거장, 그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집에 들른 막내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석 달 전 수술한 아내가 있는 요양원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그게 딸과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버지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사랑스러운 막내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한낮에 펼쳐진 기가 찬,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참변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 잘못도 없이 그렇게 9명의 '이웃'이 세상을 떠났다. 사건을 접한 이후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희생된 이들...
홍성장 기자2021.06.15 13:35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런 특이한 정치인이 몇 이나 될까. 여당 이야기가 아니다. 야당 이야기다. 필자가 사는 곳은 광주광역시다. 필자의 직장도 광주광역시에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언론이지만, 지역민심을 등지는 중립이란 되려 지역신문의 본질을 위배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지면에서 지금의 여당이자 과거 상당시간 야당이었던 민주당 관련 기사를 오랫동안 써왔다. 때로는 그들을 비난하고 때로는 아픈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그 기저에는 광주지역민으로서의 애정도 담겨 있었다. 부인하지는 않는다. 사회부장이 되고 나서는 정...
노병하 기자2021.06.08 16:23"저기 바다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기 보이시죠? 덴마크가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현장입니다." 7년 전 언론재단 공동기획 취재 차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오덴세로 가던 길에 놓여진 '그레이트 벨트 이스트 대교(스토레벨테·1624m)'를 지나던 중 가이드가 들려준 말이다. 오른쪽 바다를 보니 수 십여기의 해상풍력 발전기가 일렬로 세워져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조성 당시엔 환경단체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해상풍력 발전기가 들어서는 길목이 철새떼의 이동통로였고 자칫 발전기 날개에 새들이 빨려 들어가 죽을수...
박간재 기자2021.05.25 12:48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을 보면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호남 출신 정치인이 다수라는 점이다. 27일 현재 당내 대권경쟁에 나설 것이 확실한 주자는 4명이다. 이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하고, 이낙연 전 당 대표(영광), 정세균 전 국무총리(전북 진안), 박용진 의원(전북 장수)이 전남과 전북 출신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유력 대권주자다. 4명을 뽑는 본경선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장흥)이 5·2전당대회 이후 대권 도전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이 본경선에 오른다면, 4명...
서울=김선욱 기자2021.04.27 12:494·7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흘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고,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예견은 됐지만 여당 참패의 현실은 더 가혹하다. 청와대부터 여당 지도부까지 늦은 반성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 중심에 '2030세대'가 있다. 선거 결과를 두고 갖가지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2030세대의 반란'이 주목받는다. 2030세대는 원래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게 통상의 인식이다. 그들은 2003년 강력한 정치적 세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2030세대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진보적인 정치를 지지하는 정치 세력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1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도 2030세대가 주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이별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는 만큼 출구조사를 통해 2030의...
홍성장 기자2021.04.13 16:462021년도 벌써 3월이 지나간다. 꽃 피는 것도 못 보았는데,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마음이라니… 얼마 전 사고가 났었다. 필자의 차를 뒤에서 오던 4.5톤 트럭이 받아버린 것이다. 차는 반파가 됐고 수리비만 몇백만원이 나왔다. 차를 고치는 공업사 사장이 보험사 직원에게 "운전자는 살아 있나요?"라고 물었다는 후문도 들었다. 차가 그 모양이니 운전자도 크게 다쳤을 텐데 왜 고치려는지 의문이 들었을 법도 하다. 당시 4.5톤 트럭이 운전석 쪽을 치고 갔는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드 미러가 날아가고 차가 360도 돌았다. ...
노병하 기자2021.03.30 18:101년 넘게 되풀이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 혹은 연장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오늘도 막막한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이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회 전반에 확산된 모임 자제 분위기는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고, 감염 차단을 위한 영업제한조치는 매출에 직격탄을 안겼다. PC방과 식당, 카페, 주점 등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수시로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에 걸려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방역수칙 준수를 위한 '비정상적 영업' 상황이 지속되면서 못 살겠다는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크다.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은 더욱 크다. 종업원을 둘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소는 매출 하락에도 버티는 반면, 혼자서 장사를 꾸려 가는 소규모 식당 등은 '코로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무더기로 폐업을 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까지...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2021.03.16 15:57"저 안쪽 숲속이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온 집터가 발굴된 장소입니다." 지난 2015년 취재차 렌터카를 몰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위스로 가던 중 가이드가 들려준 얘기다. 어릴적 두 딸에게 읽어줬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실제 장소가 이곳이라니. 컴컴한 숲을 보며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독일 서남부 바덴-뷔르템베르그주 어디쯤이었던가 보다. 그 숲이 유명한 흑림(Schwarzwald)이다. 남북 160㎞, 폭 50㎞이며 높이 20~30m의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빼곡했다. 중세시대 독일에서도 가난 탓에 영아를 숲에 버리는...
박간재 기자2021.03.23 14:12지난 설 연휴 약속이나 한 듯 광주를 찾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그리고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권내 잠룡들이다. 민주당에서 대권에 도전하려면 '전통적인 집토끼'인 호남 민심을 얻어야한다. 광주는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다.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9일인데,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신축년 설 연휴부터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광주가 출발점이 됐다. 3월부터는 여권내 대선주자군이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다. 그 기점은 이낙연 대표...
서울=김선욱 기자2021.03.02 12:36광주 현안 중 하나인 '자치구간 경계조정', 참 어려운 문제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유야 많다. 정치적 이해관계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광주시의 중재 부족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경계조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대상이 되는 곳 지역민도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은 현실이다. 주민을 위한 경계조정이라는데, 정작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상한 경계조정이다. 지금 광주에서 논의 중인 자치구간 경계조정도 그렇다. 이야기가 나온 게 2017년이다. 광주시가 세금을 들여 경계조정을 위한 용역까지 했고, 결과가 나온 지도 수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껏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짚어보고 싶은 게 있다. 다소 원론적이다. '균형발전' 측면부터 살펴보자. 절반이 넘는 광주시 인구가 북구와 광산에 집중돼 있다. 광주시 통계다. 광주시 전체 인구 145만...
홍성장 기자2021.02.16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