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 주목한 부산 아트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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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MZ세대에 주목한 부산 아트페어
최권범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2. 05.26(목) 13:06
  • 최권범 기자
최권범 부장
"MZ세대가 미술시장에 뛰어들면서 아트페어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어요. 아트부산에 오면 미술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MZ세대 작가나 컬렉터들에겐 아트축제의 장이죠."

필자는 최근 '아트부산 2022' 행사장을 다녀왔다. 공식 개막 전날 열린 VIP 프리뷰 현장에서 인터뷰를 했던 한 청년 아티스트에게 아트부산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화랑미술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제11회 아트부산'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올해 아트부산에 10만2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작품 판매액은 74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관람객 8만명, 판매액 350억원에 견줘보면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아트페어 행사여서 어느 정도 흥행은 예상됐지만 미술계 안팎에선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아트부산이 흥행 대박을 터뜨린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필자가 현장에서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은 젊은 세대를 행사장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이었다. 최근 미술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MZ세대의 니즈를 잘 반영한 것이다.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미술시장은 MZ세대의 등장으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MZ세대들은 미술품을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각종 SNS를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하나의 놀이문화로 즐긴다. 스스로의 만족과 가치관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아트부산은 이러한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올해 행사에 '힙'한 감성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며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또 미래 기술이 결합된 NFT(대체불가토큰) 미술작품도 비중있게 내놓았다.

전략은 주효했다. 행사 기간 내내 MZ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차세대 작가 작품들의 완판 행렬이 이어졌다.

일례로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진 방탄소년단(BTS)의 RM이 '픽'한 작가로 유명한 김희수 작가의 작품에 MZ세대 컬렉터들이 몰리면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오픈런'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MZ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갤러리 부스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등 단지 작품 구매 목적이 아닌 아트페어 자체를 즐기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예전의 아트페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물론 국내·외 유수의 갤러리 참여와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등 다른 흥행 요소도 많았지만 올해 아트부산에서는 단연 MZ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국내 미술시장은 최근 들어 전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내놓은 '2021년도 한국 미술시장 결산 관련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하는 9200억여 원에 달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 3800억여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새로운 소비층인 MZ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외연이 크게 확장된 게 주요 원인이다.

국내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아트페어도 급증세다. 지난해 전국에서 열린 아트페어 수는 77개로, 지난 2019년 35개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규 아트페어는 32개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달리 보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이제는 살아 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

대한민국 문화수도를 자처하는 광주에서도 매년 아트페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아트부산보다 1년여 먼저 출발을 알렸던 '광주국제미술전람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열렸던 제12회 행사는 방문객 2만8000여 명, 작품 판매액 25억7000만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코로나19라는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트부산과의 격차는 너무나 크다.

미술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늘상 해왔고, 늘상 봐왔던 아트페어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MZ세대에 주목한 아트부산처럼 급변하는 미술시장 트렌드에 발맞춘 아트페어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다면 한낱 동네 미술잔치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광주 아트페어가 가야할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