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역사민속박물관 ‘무형과 유형 사이'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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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무형과 유형 사이' 기획전
28일까지 예능보유자 19인 참여
‘문화재 이해’ 등 4개섹션 선보여
  • 입력 : 2023. 12.05(화) 16:58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기획전시 ‘生 : 무형과 유형 사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광주역사민속박물관 제공
“폐백 음식하는데 그저 예쁘게 만들어 이 음식으로 시집 간 사람 잘 살아라, 그렇게 비는 것 뿐이죠.”

광주시 무형문화재 남도의례음식장 최영자 명인에게 음식은 풍경이다. 유년시절 집은 늘상 손님으로 북적댔다. 경찰서 지소장을 지낸 아버지 덕에 유독 손님 상을 차리고 내는 일이 많은 집이었다. 음식을 업으로 삼은 집안 어른들 어깨 너머 의례음식을 배웠다. 집에서 직접 폐백음식을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수도 없이 들어줬다. 대가 없이 베푸는 음식이었지만, 그의 폐백음식으로 딸의 시집살이가 잘 풀렸다는 치사는 가장 큰 보람이었다.

최영자 명인을 비롯해 광주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들의 삶의 여정이 전시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부처의 얼굴을 채색하는 탱화장, 매일 대패질을 반복하며 집과 가구에 혼을 불어 넣는 대목장과 화류소목장, 붓을 만드는 필장, 풍류 광주의 명맥을 잇는 악기장과 소리 예인들까지. 광주역사민속박물관에서 무형문화재의 문화유산적 가치에 천착한 기획전시 ‘生 : 무형과 유형 사이’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중국 고대 백과사전인 ‘회남자’에 남겨진 ‘무형이 유형을 낳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無刑而生有形亦明矣)’라는 문구에서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것의 작용은 보이지 않는 힘을 원천으로 한다. 광주시 무형문화재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냄으로써 비일상적 거리감을 해소하고자 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회에서 광주시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 19인의 곧고 굳은 삶의 여정이 시작된다.

제 1부 ‘무형문화재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과 시행, 이후 숱한 개정의 과정을 들여다본다. 무형문화재 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 단계에서부터 효율적인 제도 운영을 위한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두루 알아본다.

이를 통해 제도의 변화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그럴법한 현상이 아니라 무형문화재 보존과 활용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막 1주갑(60년)을 지나는 무형문화재 제도의 자취를 되돌아보며 미래적 가치를 담지하는 제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을 건네보고자 한다.

제 2부 ‘기술을 잇고’는 광주시 기능분야 무형문화재를 소개한다. 과거의 기술을 현재로 옮겨와 다시 내일로 잇고 있는 이들의 공인적 삶의 모습만이 아니라, 개인적 삶의 편폭이 시대적 사명을 띠는 매개자로 확장되어 가는 도정을 부각해 살핀다. 탱화장(송광무), 화류소목장(조기종), 대목장(박영곤), 필장(문상호, 안명환), 악기장(이춘봉, 이복수), 남도의례음식장(최영자, 이애섭, 민경숙) 보유자들은 이 시대를 지탱한다.

제 3부 ‘예술의 연원을 찾아’는 광주 풍류의 맥을 잇고 있는 예능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찾아 나선다. 광주는 서편제 판소리 전승의 구심점이자 근현대 판소리사를 견인한 명창들이 두루 배출된 지역이다. 광주지역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은 유네스크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의 세계적 위상을 견인함은 물론이고, 여전히 뜨거운 예술 혼으로 소리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판소리(박화순, 이임례, 방성춘, 이순자, 김선이, 최연자), 가야금병창(문명자, 이영애, 황승옥)의 보유자들의 삶과 예술의 깊고 짙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제4부 ‘전통에 다가서다’에서는 무형문화재가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궁구했다. 이색적인 분위기의 터널을 지나면서 장인이 건네는 지혜를 함께 생각해 본다.

최경화 광주역사민속박물관장은 “눈으로 보이지도,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무형의 행방을 박물관 전시회에서 찾아보고 그 무진한 가치에 한 발 짝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며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지역명품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