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GHF 식량 배급소에서 음식을 받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AFP=연합뉴스 |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미국 구호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남부 라파와 중부 넷자림 회랑 인근 배급소 등에서 총격이 벌어져 최소 37명이 숨졌다고 가자 당국과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가디언은 가자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최소 3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며, 가자 당국은 라파와 GHF 배급소 주변에서 3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굶주린 주민들이 몰린 배급소 인근에 이스라엘군이 새벽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시간 오전 4시께 라파 배급소 인근 교차로에 모였던 이들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발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가자 내 국제적십자 병원에는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도착했으며, 많은 이들이 “식량 배급소에 접근하다 총을 맞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지역이 전투 구역임을 알렸음에도 의심스러운 인원들이 병력에 접근해 경고 사격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총격은 GHF가 보안 문제로 잠정 중단했던 배급을 재개한 지 하루 만에 발생한 것이다. 앞서 GHF는 지난 11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직원 8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구호물자 배급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로, 가자지구에서 식량 배급을 시작한 이후 연일 총격과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GHF 배급 개시 이후 배급소 주변에서 300명 이상이 숨지고 26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측 통계를 신뢰할 수 없으며, 대부분 경고성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가디언은 GHF와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의 이동 경로를 제한하고 있지만, 배고픈 주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제한 구역을 벗어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일부 구호 전문가들은 GHF 측이 안전한 경로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주민들이 위험 지역을 지나 배급소로 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상자의 다수를 치료한 칸유니스 병원의 의료진은 “배급 시스템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대부분 머리 등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배급소에 식량을 받으러 갔던 주민 아메드 파야드는 “우리는 음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그곳은 함정이었다”고 전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이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GHF 배급소 주변에서 벌어진 총격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