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도 병어를 ‘구름처럼 녹는 솜사탕 맛’이라고 했다. 달고 입에 넣으면 그대로 녹아드는 병어의 속살 맛을 이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도 병어는 고급 생선이다. ‘병어의 살은 투명한 백옥 같아서, 씹을수록 바다의 단맛이 고스란히 퍼진다’는 것이 일본인들이 말하는 병어 예찬이다. 시인 안도현은 군산 째보선창 선술집 주모에게 배웠다는 병어 먹는 방법을 ‘병어회와 깻잎’이라는 시로 자랑했다.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켰더니/병어회가 안주로 나왔다/그 꼬순 것을 깻잎에 싸서 먹으려는데 주모가 손사래치며 달려왔다/병어회 먹을 때는 꼭 깻잎을 뒤집어 싸먹어야 한다고/그래야 입안이 까끌거리지 않는다고.”
‘여름 병어, 겨울 방어’라는 말처럼 병어는 여름이 제철이다. 주 산지도 신안, 그중에서 지도읍 인근에서 잡아 올린 지도산을 최고로 친다. 바다속에 펼쳐진 고운 모래층을 따라 먹이인 새우가 풍부하고 갯벌을 따라 이어지는 물살이 만든 지도 병어는 어디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신안의 맛’이다. 거센 물살에 알을 낳고, 이를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날갯짓을 하며 자라서인지 쫄깃한 식감도 일품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신안 갯벌의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자라 몸집도 유별나게 크다.
6월 ‘병어철’을 맞아 13~14일 신안 지도읍에서 ‘섬 병어 축제’와 ‘지도 뻘 땅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지도병어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병어축제처럼 ‘지도 뻘 땅 먹거리 장터’는 지역 먹거리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운영하는 지역 상생형 축제다. 특히 올해는 병어가 많이 잡히지만 가격은 떨어져 한결 가볍게 ‘솜사탕’ 같은 병어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지도의 최고봉인 ‘삼안봉’을 걸으며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펼쳐진 갯벌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농게나 짱뚱어를 만나는 것도 지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초여름 풍광이다. 때묻지 않은 인심과 서해바다로 저무는 석양도 일품이다. 벌써 제주도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미 다가온 여름, 이번 주말엔 지도 뻘 땅 먹거리 장터를 찾아 병어가 주는 행복을 만끽하면서 고단한 세상사를 내려놓고 싶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