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
헌혈의 가치를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수혈이 절실한 환자나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한 췌장암 수술 환자의 자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여러 약품 팩들 사이로 어김없이 혈액 팩이 함께 걸려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피가 있어야 아버지가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의 핏줄이 아버지께 이어졌고, 아버지의 핏줄을 이어받은 제가 또 저의 핏줄을 누군가에게 잇습니다. 저의 헌혈(핏줄)도 누군가의 생명을 잇고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분만 후 대량 출혈을 겪었던 산모는 이렇게 말한다. “ 누군가의 소중한 헌혈을 통해, 그 누군가는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소중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생명의 위급한 순간의 누군가에게 절대적이자 절박함으로 생명의 연장선이 되어주는 헌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사랑의 실천을 실행하고 있는 히어로들이 있기에, 저 역시 오늘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헌혈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수혈자의 사연처럼 절실하다. 하지만 저출산의 영향으로 젊은 층의 헌혈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고령화로 혈액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헌혈자 확보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데, 지금까지의 기념품 제공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2024년 혈액 사업 인식도 조사를 보면, 국민이 가장 바라는 헌혈자 예우 방안은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이었다. 그 외에도 헌혈 공가 및 반가, 외출 허용과 지역 상품권 제공, 표창 등이 큰 차이 없이 뒤를 이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헌혈자에 대한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감면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미미하다. 또한 지역사랑 상품권 지급도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제 국가와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헌혈자의 기대를 반영해, 전국의 공공시설에서 국가 유공자 수준의 실질적 감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 헌혈 교육 조례를 제정하고 있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와 직장에서도 정기적으로 헌혈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시간 배정과 의무화가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다가오는 6월 14일, 우리 혈액원은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헌혈 유공자 표창과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 강원석 시인 강연, 지비츠 추가 증정, 연극 관람 및 광주 패밀리랜드 이용 이벤트 등 헌혈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혈을 받은 한 아이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수술과 항암을 하면서 받게 된 혈액은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귀중한 시간과 돈, 그리고 희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는 영웅들, 바로 광주·전남 20만여 명의 헌혈자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직도 망설이는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의 따뜻한 동참이 또 다른 생명을 이어주는 힘이 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