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호 광주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 1팀장 |
2년 전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아이의 엄마가 담임교사로부터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하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심리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 받았다. 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이를 양육하던 엄마는 담임교사의 말대로 인근 정신과의원에서 심리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자폐증이라는 소견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늘 엄마에게 환한 미소로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자폐증을 앓는 발달장애 아동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을 때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의 엄마는 속상한 마음을 술로 달래보고자 아이를 재운 후 저녁 늦은 시간 외출을 했다가 잠에서 깬 아동이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낯선 사람에 의해 112 신고됐다. 다행스럽게도 아이의 엄마는 우리 기관의 사례관리를 통해 양육 효능감이 향상됐고, 아동이 가정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금을 연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발달장애아동과 관련해 심한 경우에는 아동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된다. 지난해 전북 김제시에서 지적장애를 앓는 초등학생 아들이 숨진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는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한 2023년 11월에도 서울 은평구에서는 홀로 1급 중증장애인인 8살 아들을 키우던 30대 여성이 아들을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은 사건도 있다. 이는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사회적 지원의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의 최신 통계인 ‘장애인건강보건통계’에서도 장애아동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0~9세 장애아동의 타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6.1명으로, 전체 아동의 0.8명에 비해 약 7배 이상 높다. 이는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생명을 잃는 경우가 상당수 포함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보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 장애아동의 치료비와 재활비는 가정의 경제 상황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비 지원 확대와 더불어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 교육 및 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심리적 지원 역시 중요하다.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보호자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심리 상담 서비스와 정서적 지지가 제공돼야 하며, 보호자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보호자들도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원이다. 자녀 살해는 명백한 범죄이지만,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이면에 일반 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장애 가족이 겪는 고통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혹시나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이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우리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고, 우리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아동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