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3월20일 담양군 창평시장에서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 오른쪽)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3월22일 오전 전남 담양시장에서 이재종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면서 상인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광주·전남 지방선거 풍향계로 인식됐던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면서 향후 호남 주도권을 놓고 양당 간 치열한 쟁탈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번 담양군수 재선거 결과는 ‘민주당 일극 구조에 대한 호남 민심의 경고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2일 실시된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정철원 혁신당 후보가 51.82%(1만2860표)를 획득, 48.17%(1만1956표)를 득표한 이재종 민주당 후보를 904표, 3.65%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은 이번 재선거가 이병노 전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군수직을 상실한 데 따른 것이었음에도, 이와 관련한 책임 있는 사과 없이 선거에 돌입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도 지역 발전보다는 ‘정권교체’를 내세우는 메시지에 집중해 유권자들의 기대와는 괴리를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현직 광주·전남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담양에서의 승리가 조기 대선 정국의 물꼬를 트는 첫 출발이 돼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호소했다.
이재명 전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중앙당 인사들도 잇따라 담양을 찾아 이 후보 지원에 나섰지만, 유세 메시지 대부분은 군수 선거가 아닌 중앙 정치에 집중됐다.
지원 유세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며 “호남이 민주당을 버린 자식 취급하는 순간 전열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 군수선거도 중요하지만, 친위쿠데타를 이겨내고 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해 담양에서 작은 힘을 보태달라”고 밝히며 군수 후보 지원보다는 정권교체를 앞세운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 혁신당 관계자는 “민주당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재선거에서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고 압박하는 듯한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종 후보 개인의 논란도 악재로 작용했다. 선거 과정에서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이 불거진데다 교통안전공단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유세 차량 사용 논란까지 더해지면서다. 선거 전략 전반에서도 ‘이재명 마케팅’에 치우친 채 지역 유권자와의 접점이나 현안 제시는 부족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반면 정철원 후보는 ‘담양 출신 풀뿌리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는 유세를 펼쳤다. SNS와 현수막 등 홍보물에도 자신만의 메시지와 얼굴을 내세우며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유권자 반응 역시 당보다는 후보를 위주로 하겠다는 흐름으로 전환되는 모습이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던 지난 3월20일 담양 창평시장에서 만난 이만종(68)씨는 “색깔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하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유권자인 채영례(55)씨도 “당보다 정책을 중심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선거 결과가 그동안 민주당이 호남을 ‘민주화의 성지’라는 상징성을 도구로 주요 국면마다 희생을 강요해 온 구조적 문제에 대한 호남 민심의 질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금까지의 선거 과정에서 호남의 상징성을 전국 정치의 동력으로 활용했지만, 정작 호남 발전과 관련한 실질적 정책 투자와 배려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호남은 정권교체와 중앙 정치의 연료로만 소모돼 왔다”며 “호남은 언제나 시대정신에 한 발 앞장서왔다. 호남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4·2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아닌 혁신당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정권교체 이후 민주당의 호남에 대한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남 지역민들의 시대정신은 이제 상징이 아닌 권리로서의 정치, 실질적인 대표성과 정책적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