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절치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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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절치부심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 입력 : 2025. 03.05(수) 17:40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중국 전국시대 연나라에 진나라의 장군 번오기가 망명해 있었다. 진나라의 왕이 번오기를 잡아들이려 재물을 내걸고 찾고 있었기에, 진시황을 미워하던 형가는 번오기에게 “장군의 목을 얻어 진나라의 왕에게 바쳤으면 합니다. 그러면 진나라의 왕은 저를 만나려 할 것입니다. 그때 제가 그의 가슴을 찌르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형가의 말에 번오기는 한손으로 팔을 움켜쥐고 다가가더니 “이는 제가 밤낮으로 이를 갈며 속을 썩이던 것입니다.(此臣之日夜切齒腐心也)”라고 하며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형가는 장군의 목을 상자에 담아 진나라로 향했고, 진나라 왕은 기뻐하며 연회를 베풀어 주었다. 이에 형가가 왕 앞까지 다가가 숨겨간 비수로 왕을 찔렀으나, 몸에 닿지 못해 실패했다. 결국 연나라는 그후 진나라에게 패망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자객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고사성어인 ‘절치부심(切齒腐心)’이 유래됐다.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다’는 의미의 절치부심은 몸과 마음이 다 상할 정도로 분해 있는 상태, 마음에 새겨져 잊지 못하는 치욕을 씻어내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 등을 가리킨다. 또는 승부 따위에 명예를 되찾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는 마음가짐을 나타낸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2연패 도전을 위해 2025시즌을 준비 중이다. 특히 지난해 변변치 않은 성적으로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던 투수 유승철과 김기훈은 폼을 바꾸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두 투수는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 선수이지만 아픈 손가락이다. 입단 당시 기대를 받았으나 야구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해 상황도 두 투수에게는 녹록치 않다. 선발진에는 외국인 원투펀치인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 양현종, 윤영철, 김도현, 황동하에 부상 복귀한 이의리까지 가세해 들어갈 틈이 없다. 불펜진도 지난해 강력한 불펜을 형성했던 정해영을 비롯해 전상현, 곽도규, 이준영, 임기영, 최지민에 신인 김태형과 이적생 조상우가 가세해 빡빡해졌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폼을 유사하게 만든’ 유승철과 ‘중심이동이 끝나기 전에 공을 던지는 왼 팔을 미리 그라운드 방향으로 쭉 펼치는 폼으로 바꾼’ 김기훈이 새시즌에는 펄펄 날아 KIA타이거즈 2연패 달성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