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유전자·윤승태>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서른여섯 번째 기록-한파와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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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유전자·윤승태>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서른여섯 번째 기록-한파와 폭설’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5. 03.05(수) 09:58
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2월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한강이 얼어있다. 뉴시스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극한호우를 겪으며 “올해 겨울은 적은 기후 변화 영향 속에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반도는 또 한 번 혹독한 겨울을 맞이했다. 1월 중순부터 강력한 북극 한파가 몰아치며 전국 곳곳에서 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폭설까지 겹치며 많은 시민들이 출근길 마비, 교통사고, 한파 피해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설이 지나고 입춘(2월 4일)이 찾아왔지만, 봄 기운은커녕 더욱 강한 한파가 덮쳤다. 2월 초에는 39년 만에 가장 강력한 2월 한파가 기록되면서 서울은 영하 16도, 대관령은 영하 26도까지 떨어졌다. 남부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구에서도 이례적으로 1cm 이상의 폭설이 여러 차례 내렸으며, 제주도 한라산에는 80cm가 넘는 눈이 쌓였다. 부산에서도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며 평소보다 훨씬 강한 추위가 이어졌다. 1월 말, 기온이 잠시 오르는 듯했지만 다시 한파가 찾아오며,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변덕스러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의 겨울이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하는 원인 중 하나로 ‘북극 해빙 감소’가 꼽힌다. 북극의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 바다가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 북극 기온이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따뜻해진 북극이 오히려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 더 강한 한파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 차이가 줄어들면 제트기류(편서풍)가 약해지고 흐름이 불규칙해지면서,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경로가 더욱 불안정해진다. 그 결과,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덮치는 일이 더욱 잦아지게 되는 것이다. 올해 1~2월 한반도를 강타한 강한 한파도 북극 변화의 영향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북극 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동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한파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1년 1월 8일,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까지 떨어졌으며, 2023년 1월 25일에도 영하 17.3도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추위가 관측되었다. 또한, 중국에서도 극심한 한파가 발생해 수도 베이징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갔고, 일본 역시 2023년 1월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영하 30도를 밑돌며 관련 피해가 속출했다.

이는 동아시아뿐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파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극심한 한파로 인해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여 최소 246명이 사망하고 130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도 있었다. 텍사스는 원래 겨울철 기온이 상대적으로 온화한 지역이지만,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 한파가 깊숙이 남하해 이례적인 기온 강하와 폭설을 가져온 것이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에 휩싸이며 교통이 마비되고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으며, 혹한으로 인한 저체온증 사망자도 속출했다.

기후학자들은 앞으로도 북극 해빙 감소와 제트기류 약화로 인해 동아시아, 북미, 유럽 등 중위도 지역에서 강력한 한파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첨단 AI 기술이 발전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기상 패턴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여름철 폭염과 홍수, 겨울철 한파와 폭설을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일상적인 기후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겨울 역시 기후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따뜻한 햇살 아래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할 봄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