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들이 지난 21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과 사회대개혁 쟁취를 위한 7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서 K팝 아이돌 등의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12·3사태’의 여파는 시민들에게 공포로, 이는 곧 분노로 변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 맞는 주말인 지난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광주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175개 단체로 이뤄진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제7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파면하고 해체하고 처벌하 락(樂)’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회에 참여한 1500여명의 시민들은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모여 일상의 회복과 사회 안정화를 염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앞서 광장 일대에서는 시민사회단체가 부스를 운영하며 핫팩과 가래떡, 커피 등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시민들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윤석열 즉각 파면’,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신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보낼 계획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학생 채도영(31)씨는 “영화관에 가려고 했는데 혼란스러운 사회적 상황 속에서 도저히 영화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연대의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가족, 지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평범한 주말이 사라진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화순에서 온 이은지(30)씨는 “집에서 걱정하며 불안해하느니 직접 집회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친구들이 전부 다른 지역에 있어서 안 그래도 약속을 잡기 어려운데,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해진 약속까지 죄다 취소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계엄이라는 큰 일이 터져서 작은 우리의 일상 하나하나까지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평소 같은 주말이라면 가족끼리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보냈을텐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광주까지 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대학생이 되기 전 마지막 연말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원소윤(19) 양도 “성인이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설렜는데, 벌써 약속이 4개나 취소됐다”며 “이번에 탄핵안이 가결되고 나서 이제 헌법재판을 받아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때는 좀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집회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곧 대학에 가게 되는데, 그전에 괜찮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시민들은 잃어버린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미(26)씨는 “연말을 맞아 친구들과 잡았던 약속이 전부 집회 참여 모임으로 변경됐다”며 “탄핵 정국이 끝나면 주말에 못 잤던 잠을 몰아서 푹 자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며 “유가족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류봉식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일주일이지만 윤석열은 조금의 반성의 기색도 없다. 국민의힘도 당의 이익만을 위해 반격하고 있다”며 “다시는 헌정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상행동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때까지 매주 토요일 5·18민주광장에서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