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의 계엄 선포 직후부터 탄핵 불발까지 거듭된 말 바꾸기는 윤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국민을 혼란에 빠트렸다. 3일 계엄 선포 직후 “위법하고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그의 입장은 꼬박 하루도 가지 않았다. 날이 밝자 그는 한덕수 총리·대통령실·국민의힘 비공개 회동에 이어 윤 대통령을 만났다. 같은 날 밤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은 채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긴급 최고위에서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하루 전과 상반된 입장을 냈다. 한 대표가 이번 비상계엄 시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다는 점을 많은 경로로 확인하면서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탄핵안 표결 당일인 7일 오전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도 한 대표는 “직무수행 불가능, 조기 퇴진”을 고수했지만 탄핵 표결시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뒤집기를 했다. 한 대표의 계속된 말 바꾸기는 결국 탄핵 무산이후 멈춰 섰다. 한 대표는 말 바꾸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일 오전 한 총리와 공동 담화에서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며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와 당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와 한 대표의 공동 국정운영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차 내란’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고, 여당 내부에서도 균열로 이어졌다. 이번 주말 예고된 2차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시작부터 삐걱였던 한 대표의 구상은 ‘동상이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작 8표의 미끼로 대통령을 협박해 국정을 쥐겠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일침부터, “절대반지를 차지하려는 골룸 같다”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거친 발언마저 수긍이 가는 상황이다. 과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두고 한말이 떠올랐다. 당시 나 후보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당과 여권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무면허 운전을 한다”고 비판했다. 금배지도 없고 정치 경험도 부족한 한동훈 대표의 무면허 운전이 국민의힘을 나락으로 내모는 위기를 좌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