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
간간이 이러한 선행이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면 갑자기 가슴속에서 치미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울컥하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선한 마음이 있는데도 우리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런 분이 있었다. 이 사연은 필자가 수년 전 직접 겪은 일로 많은 분께 전하는 이야기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두 달에 한 번꼴로 나타났다. 헬멧을 쓴 채로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주세요.”라고 말하며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몇 장, 동전 등을 건넸다. 이 돈은 한쪽 팔이 의수인 손으로 고물과 폐지를 주워 팔아서 만든 것이다. 그는 이렇게 7년 동안 120여만 원을 이름 없이 기부했다.
또 이런 분도 있다. 한 대중씨는 일명 구두닦이 CEO로 꾸준히 헌혈을 통해 혈액 기부를 500회 이상 하면서 자신의 직업적 콤플렉스를 해소했다고 한다.
이처럼 개인만이 아니라 단체에서도 ‘천원의 기적’과 ‘천사(1004명) 사랑의 헌혈 릴레이’라는 캠페인을 통해서 십시일반으로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았다. 이 단체는 대한주택관리사 광주시회로 지난 3년 동안 1천만 원 이상을 모금했고 현재 3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헌혈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토지의 박경리 작가는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서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라며 부의 크기보다 마음 쓰며 사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머뭇거리지 않는가. 그러면서 형편이 좋아지면 “나중에 하면 되지”를 되뇌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는지 모른다.
12월은 추운 날씨 탓인지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맘때면 적십자 지로용지가 전달되고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다. 자고로 기부 시즌이다.
우선 도움을 준 가까운 사람들에게 연말 감사와 안부를 전하자. 집 앞에 쌓인 눈이라도 치워보자.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무거운 짐을 들어주자. 이런 일들이 사소한 것 같지만 마음을 쓰면 우리 주변은 미소가 번지고 따스해질 것이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이웃에게는 더 힘들고 추운 겨울이다. 더구나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는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 전쟁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저 멀리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 보자. “마음 쓰며 살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