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국민 공동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들의 염원과 대의적 명분을 외면하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개인적,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과 함께 계엄을 막아내겠다”고 밝혔으나 다음날인 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후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어 6일에는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를 소집한 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탄핵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다가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있던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한다”고 밝히자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윤 대통령의 조기퇴진은 필요하다”면서도 탄핵 찬성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5시 개의한 국회 본회의에서 첫번째 안건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안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 이탈표 방지를 위해 집단퇴장하며 결국 탄핵안을 불성립시켰다.
이러한 한 대표의 행보는 윤 대통령의 사과와 임기 단축을 전제로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을 저지함과 더불어 야당에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고 밝힌 만큼 자신의 정치적 세불리기를 위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한 대표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국민 담화를 열고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대통령을 대신해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같은 한 대표의 행보에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동훈 대표는 당을 장악하고 있지 못할뿐더러, 스스로 한동훈 특검과 당게시판 댓글 사건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고, 기껏해야 임기가 정해진 원외 당대표일 뿐”이라며 “어떤 헌법적, 법률적 권한도 없다”고 평가하며 “어떠한 법적 근거도 갖추지 못한 국정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한동훈에게 국정을 맡긴 일이 없다. 당원들이 당무를 맡겼을 뿐”이라며 “당무도 사감으로 운영하다 탄핵 사태까지 왔으면 당 대표도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또한 “민주적 절차로 국민에게서 국정 운영 권한을 위임받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총리와 함께 대통령을 대신하느냐”며 한 대표에 대해 “내란 및 군사 반란 수괴 윤석열과 통모해 ‘2차 친위 쿠데타’를 도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개인 정치에 몰두하며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