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구독 경제’의 선두 주자는 넷플릭스였다. 1990년대 월정액을 받고 DVD를 빌려주는 월 구독 모델을 도입한 넷플릭스는 2000년 대 들어 무제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구독 서비스가 ‘넷플릭스 모델’로 통용될 정도였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구글, 아마존 등도 잇따라 구독 서비스에 동참했다. 도서를 무제한 대출하거나 오디오북과 강연을 무제한 볼 수 있는 서비스는 물론이고 지금은 자동차를 구독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도 일상이 됐다.
소유와는 반대 개념인 구독은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소유가 최선이었던 자본주의 시대, 기업은 자신의 상품을 많이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많은 상품을 소유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불리하다. 반대로 구독은 소비자에게 값비싼 제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 또한 비용부담 없이 기존의 상품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이익이다. 기업의 목표도 과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서 지금은 고객과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가전 구독 서비스를 본격화 했다는 소식이다. 삼성이 출시한 ‘인공지능 구독클럽’은 소비자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22년 대형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도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분야로 구독 상품 범위를 확대했고, 구독 서비스가 가능한 제품도 23종으로 늘렸다. 러프킨은 구독 경제를 두고 ‘문명의 위기’라고 했다. 모든 것이 유료로 바뀌면 궁극적으로 인간마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다가온 접속의 시대, 편리함도 좋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할 때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