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10시23분 긴급 담화 생중계를 시작했다. 그 어떤 안내도 없는 긴급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은 먹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브리핑룸 연단 중앙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준비해온 긴급 대국민호소문을 약 6분간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입법 독재는 예산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자유대한민국 헌정질서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저는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이후 45년 만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태다.
계엄 선언 이후 국방부 청사에는 고위급 간부들을 태운 차량들이 속속 집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회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또 국회 경비대에는 통제 지시가 떨어져 경내로 진입을 차단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따라 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국회 소집 명령을 내렸다.한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국회의원들은 입을 모아 “이번 계엄은 무효”라면서 국회로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 출입이 모두 통제됐다. 한때 국회의원과 보좌관, 출입기자 등 관계자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됐지만 현재는 완전히 제한된 상황이다.
그사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1문과 2문은 모두 폐쇄됐다. 전날 오후 11시께 일시 허용됐던 의원 출입도 완전히 제한됐다. 출입증이 없는 시민의 출입도 경찰 기동대에 막혀 통제되고 있다.
국회 상공에 헬기 3대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후 11시53분께 국회 1문이 닫힌 뒤 이어 2문도 폐쇄됐다. 4일 오전 0시께 육군 차량이 국회 앞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이를 둘러싸고 차량 창문을 두드리며 ‘물러가라’고 외치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같은 시각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공수부대가 국회 후문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후문 방어를 위해 일부 보좌진들께서는 지금 즉시 본청 후문으로 와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국회가 신속하게 나서서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밝혔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며 “국민들께서도 민주주의를 지키고 살리는데 마음을 모아주시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며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며 “국회 경내에 들어와 있는 (계엄군은) 당장 국회 바깥으로 나가주길 바란다”고 했다.
헌법 제77조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이 통과되자 본청에 진입한 계엄군은 약 한 시간 만에 철수했다. 그 한시간동안 본청 출입문 곳곳에서 민주당 보좌진 수십명이 계엄군을 막으면서 대치가 이어졌다.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국회 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해제 의결 됐답니다”라며 크게 소리쳤다. 이어 “헌법에 따른 해제 무시하냐”며 군인들을 향해 “문 열어라”고 연이어 외쳤다.
2문 앞에서도 시민들이 “가결” “계엄은 불법화됐다”며 환호했다. 뒤이어 “탄핵” “내란죄다” “윤석열을 탄핵하자”는 산발적 외침이 들렸다.
계엄 무효화 선언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실질적인 효과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앞으로 계엄령에 근거해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며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공무원들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회의 결정으로 지난 밤 있었던 위법한 계엄 선포는 그 효과를 상실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비슷한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재석인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은 해제됐다”며 “국민 여러분께선 안심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 전까지 국회에서 자리를 지키겠다”며 “끝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즉시 무효가 됐다”며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당장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 내 군경들은 물러나달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비상계엄이 해제됐다는 것을 알고 안심해달라”며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즉시 법에 따라 해제 선포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요구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 대표는 “비상계엄 요건에 맞지 않아 윤 대통령은 명백히 불법 행위를 한 것”이라며 “해제 이전에 비상계엄 발령 자체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상계엄령을 발포한 그 자체만으로도 수사 처벌을 받아야 하고 국회에서 탄핵돼야 할 모든 요건을 갖췄다”며 “오늘 본회의 의결을 어기고 해제를 하지 않으면 그 역시 불법이다. 이 사태가 정리되고 난 후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최소 처벌 받아야 하고 탄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