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시인이 연어의 삶을 경이롭게 보는 것은 그들의 여정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연어는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2만㎞가 넘는 차가운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오는 연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쏟아 내리는 폭포를 뛰어넘고 소용돌이와 세찬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것도 그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기나긴 여행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포기하는 연어도 부지기수다. 흔한 듯 싶은 연어의 모천회귀도 망망대해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연어 가운데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희망을 잃지 않은 연어만 맛볼 수 있는 희열인 셈이다.
1921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루이스 터먼 교수가 10세 안팎의 청소년 1500명을 선발해 80년 동안 이들의 인생을 추적했다. 사람의 잠재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다. 당연히 초기에는 타고난 지능과 학습능력이 성공의 요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외의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IQ와 성공 간의 상관 관계가 크게 줄어든 것이었다. 오히려 IQ가 높았던 집단에서 인생의 실패를 맛보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성공도가 높았던 아이들에게는 공통된 특성이 발견됐다. 창의력과 집중력, 끈기, 노력 등이었다.
14일 광주·전남에서 3만 787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52만 2670명의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끝난 많은 수험생들은 바다로 나간 연어와 같이 버거운 짐을 벗어 던졌고, 동시에 폭포를 거슬러 올라야 하는 고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연어들의 행적처럼 인생에서 고통은 희망의 시작이다. 1921년 시작돼 1990년까지, 3대에 걸쳐 천재들의 종적연구를 수행했던 터먼 교수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성공의 잠재력은 지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성실함과 감성에 달려있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제 바다로 나갈 수험생들, 희망의 출발점에선 그들이 꼭 새겨야 할 조언이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