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집과 골목들, 그 흔적에 색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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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사라지는 집과 골목들, 그 흔적에 색을 입히다
노여운 기획초대전 ‘머무르다’
내달 14일까지 소암미술관서
유년기 풍경 채운 옛집들 추억
기록으로서 공간 재해석 눈길
  • 입력 : 2024. 08.28(수) 15:1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노여운 작 흘러가다. 소암미술관 제공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브러져 있는 골목 주택가가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은 오래된 듯 정갈하다. 소암미술관은 도시화와 함께 변화해 온 집의 의미를 탐구하며 삶의 흔적에 대한 노여운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이는 기획초대전 ‘머무르다-집,사람 기억’을 오는 9월 14일까지 연다.

집은 우리의 안식처이자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집’은 한옥에서 양옥으로 다시 아파트로 변모를 거듭했고 우리의 정서와 기억까지 변화시키곤 한다. 노여운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예술로 표현하며 도시화 이전 골목길과 그 속에 살아있는 집의 따스한 온기를 작품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 속 집들은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가족이 함께한 따뜻한 기억을 전한다.

노여운은 청년작가로 그의 작품에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순수함, 그리고 한국화와 서양화의 장르를 넘나드는 구도와 기법, 재료와 소재, 한국적인 아취와 양화의 풍취를 풍기고 있다. 관람객들은 어느새 경계를 허물고 그의 작품 속으로 빠져든다.

노 작가는 어린시절 광주 동구 학동에 위치한 팔거리 골목과 백화마을을 풍경으로 보며 보냈다. 성인이 된 이후 우연히 어린시절을 보냈던 학동을 마주치고, 재개발로 급격하게 변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록으로서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들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단조로운 풍경처럼 비춰지는 까닭는 ‘기록’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삶의 흔적들을 담아내지만 사람이 등장하지는 않는 것도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흔적만으로 사람의 삶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잊고 있던 유년시절의 애틋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노여운 작 머무르다. 소암미술관 제공
노 작가가 2010년대부터 천착한 골목길 시리즈는 ‘머무르다: 산수(2019, 산수미술관)’와 ‘영암산책_노여운(2022,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전시를 통해 거듭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산수동의 예전 모습을 담은 ‘머무르다: 산수’와 영암의 풍광(風光)을 담은 ‘영암산책’, 그리고 최신작 ‘머무르다’ 외 5점을 선별했다. 전시작들은 ‘기억하다’, ‘남겨지다’, ‘머무르다’, ‘멈춰지다’, ‘흘러가다’ 등의 주제로 나뉘며 2024년 ‘골목길’ 시리즈로 재탄생한다.

노 작가가 성장하고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었던 학동이라는 공간은 재개발로 동네가 해체됐지만,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를 거쳐간 그의 삶의 궤적이므로 개인의 역사이자 보존하고픈 공간이다. 이례 크리닝, 산장 이발, 제일슈퍼, 상상 슈퍼 등 노 작가는 지금도 미완성의 ‘골목길’ 시리즈를 그린다.

양동호 소암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노여운 작가가 화폭에 담아낸 옛집들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곳에서 피어났던 삶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여운은 전남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대학시절부터 관심 있던 골목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서울, 광주, 전주에서 개인전을 꾸준히 개최해왔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 외에도 무등미술대전 대상(2009), 어등미술제 어등미술상(2014), 광주신세계미술제 신진작가상(2014)을 수상한 바 있다.

소암미술관은 남구 중앙로에 있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