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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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여름나기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4. 08.21(수) 18:31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초여름까지는 매일같이 비가 내리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농산물의 피해를 키우더니 이제는 예측할 수 없는 더위가 한 달째 이어져 농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초여름까지도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 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던 과일이 여물지 못하고 낙과가 많았으며, 딸기나 체리 등은 당도가 떨어지며 상품 가치가 저하되어 폐기 처분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논농사의 경우는 7월부터 비가 멈추고 강한 햇빛으로 일조량이 풍부해 벼의 포기치기 성장의 상태가 예년보다 좋은 편이다. 현재의 기후조건이라면 올해 논농사만큼은 풍작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농촌의 여름은 모든 농작물이 성장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기후변화가 심각해 한 낮의 기온이 평균 35도를 넘고 있어 농작물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요즘은 고추를 수확하는 철이라 한여름에도 농민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추는 엎드려서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에 무리를 주어 건강을 헤치기도 한다. 요즘은 힘든 작업을 이겨내기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로 바퀴를 이용하여 앉아 이동하면서 고추를 수확하고 있는 농부들이 많다. 불볕 더위지만 일조량이 풍부해 참깨와 콩, 고구마 등의 밭작물은 튼실하게 여물고 있다. 논농사는 지금이 특히 신경 쓸 부분이 많은 시기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물관리로 벼가 배동하기 시작하면 수분이 많이 필요해지므로 논에 물을 충분히 채워주어야 한다. 이때 이삭 거름과 병충해 예방에도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요즘은 농약도 친환경에 맞게 사용하여야 하고 대부분의 농가에서 드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농약에 대한 중독 피해는 거의 없어졌다. 기온이 너무 높아서인지 다행히 예년에 비해 병충해 발생도 적은 편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농촌의 생활은 풀과의 싸움이다. 밭농사는 대부분 비닐을 덮고 농작물을 파종하지만 비닐과 비닐의 고랑사이로 나는 풀은 아무리 뽑아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자란다. 며칠만 게으름을 피우면 밭둑이고 논둑이고 풀로 뒤덮혀 버린다. 마당이나 뒤뜰도 마찬가지이다. 예초기로 베어내고 며칠이 지나면 또 다시 풀로 덮혀 버린다. 필자도 풀 때문에 고민하다 올해는 과일 밭에 잡초매트를 깔았다. 비용이 제법 들어가긴 했지만 풀메기 작업을 안해도 되어 안심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잡초매트라도 풀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 귀촌한 지가 12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올해 더위가 가장 심한 것 같다. 요즘은 농촌 마을회관이 피서지 역할을 한다.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 한낮에는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공동경비로 전력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각자 집에서 지내는 것 보다 경제적이다. 요즘처럼 더위가 심할 때는 일하고 나서 몇 번이고 지하수로 등목을 하고 나면 더위를 견딜 수 있다. 농촌의 여름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 소홀했던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기도 하고 건강검진을 받기도 하며 가을에 심을 배추 모종을 파종하기도 한다. 밭작물 중에서는 요즘 포도 농사가 바쁜 철이지만 고구마, 고추, 참깨, 콩 등의 작물은 여름에 한창 자라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하면 되는 계절이다. 이처럼 농촌은 먹거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비옥한 토지를 제공해준다. 땅은 거짓이 없기 때문에 정성들여 가꾸면 농부에게 알찬 수확을 가져다 준다.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환경과 수확의 기쁨이 크다. 한 여름에 쏟은 땀이 결실을 맺어 풍요로움을 주는 농촌을 배우고 익히면서 농사일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귀촌해서 농사짓는 하루하루 삼복더위가 육체를 지치게도 하지만 들판에서는 온갖 생명이 성장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