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예술 견인한 ‘금남로의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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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오월예술 견인한 ‘금남로의 예술가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억지도’
내달 25일까지 회화·설치 등 선봬
저항시인 김남주·오월광대 박효선
1995년 안티비엔날레 ‘만장’ 눈길
“민주화에 대한 열망 예술로 승화"
  • 입력 : 2024. 07.23(화) 17:08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오는 8월 25일까지 열리는 ‘기억지도_금남로의 예술가들’의 전경.
금남로는 5·18민주화운동 중심지로 단순한 상업지구를 넘어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했다. 광주 예술가들은 금남로에서 펼쳐진 역사의 순간들을 근거리에서 체감하고 섬세하게 기록했다. 금남로와 그 인근에서 있었던 폭력, 학살, 스산함과 정적, 죽은 자, 오열하는 어머니, 밥을 나누며 연대한 사람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시민들의 함성, 먹먹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 등 당시를 기억하며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무대에 재연했다. 오월예술을 이끈 동력이 된 금남로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 기획전 ‘기억지도_금남로의 예술가들’을 오는 8월 2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폭넓은 접근 방식으로 구성돼 각 분야의 주요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초대작가는 시인 김남주, 화가 강연균, 연극연출가 박효선, 사진작가 나경택, 민중음악가 정세현,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조각설치작가 박정용 등 7인(팀)이다. 이미 고인이 된 예술가부터 깊은 주름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까지 한 자리에 모은다.

전시저항과 투쟁의 정신을 시로 표현한 김남주의 주요시집과 함께 감옥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 육필시, 김호석과 김경주 등 미술인들이 그의 정신을 형상화해 제작한 시집 표지의 원화를 볼 수 있다. 김남주는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의 실현과 민족해방을 위해 온몸을 바친 민족 시인이다. 김남주는 1979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으로 투옥돼 15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 안에서 우유갑이나 화장지 등에 시 360여 편을 썼다. 투옥 중 국내외의 석방 운동에 힘입어 1988년 12월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나 1994년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그림을 담아낸 강연균의 회화 작품이 눈에 띈다. 1980년 당시 금남로 인근에서 화실을 운영하던 강연균은 5·18민주화운동을 목격하고 당시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했다. 계엄군의 만행으로 처참히 죽어 갔던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회색 조의 대형작품 ‘하늘과 땅 사이’ 연작이 대표작이다. 특히 1995년 개최된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반대하며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가 주최한 통일미술제(안티비엔날레)에 전시됐던 ‘하늘과 땅 사이 4’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5·18 묘역에서 만장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며, 전통 제의의 형식을 빌려 현대적 설치미술로 표현한 작품이다.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달래는 이 작품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정용 작 ‘기억하고 새겨야 할 것들’.
연극으로 1980년 이후 인간적 갈등과 사회적 현실을 드러낸 오월광대 박효선의 작품 <금희의 오월>, <모란꽃>, <청실홍실> 등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1980년대 대표적 민중가수 정세현의 노래, 당시 저항의 순간들과 광주의 진실을 사진에 기록했던 나경택의 사진, 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인쇄물과 영상을 제작해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국내외에 알렸던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자료 등을 감상할 수 있다. 44년에 걸친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을 따라가며, 역사적 순간들을 예술로 재구성한 박정용의 조각설치 작품으로 전시는 끝난다.

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관장은 “5·18민주화운동 이후 광주에서 발생한 오월문화운동을 주도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소개하고자 한다”며 “그들이 어떻게 시민들의 감성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기회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