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이 6월29일 오전 광산구 임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윤상원길을 걷다, 민주주의을 품다’ 걷기 행사에 참여해 박병규 광산구청장,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 등 시민들과 출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시 제공 |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윤상원 명예길을 걸으며 윤상원 열사의 숭고한 민주항쟁 정신을 기리고, 명예도로명 지정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강 시장을 비롯해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 박균택 국회의원, 박병규 광산구청장, 윤상원 열사의 어머니인 김인숙 여사와 남동생인 윤정원씨, (사)윤상원기념사업회, 5·18기념재단,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강 시장은 이날 시민들과 윤상원 열사의 발자취를 따라 임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윤상원기념관까지 약 30분간 2㎞를 도보로 이동, 윤상원 열사와 5·18의 기억을 나눴다.
강 시장은 “우리는 김덕령 의병장의 길인 충장로를 걸으며 의기를 배우고, 기대승 선생의 길인 고봉로를 걸으며 절개를 생각한다”며 “오늘은 윤상원의 길을 걷는다. ‘나에게 윤상원이란?’ 질문과 함께 각자 마음에 살아있는 윤상원을 생각하며, 스스로 삶의 의미를 묻는 시간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이어 “맛과 멋과 의의 도시 광주에는 멋스러움의 길, 맛스러움의 길, 의스러움의 길이 가득하다”며 “저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행복찾기에 나서 달라. 윤상원 열사가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고 바랐던 것처럼 현재의 우리가 그의 바람에 응답하는 가장 손쉬운 길이다”고 밝혔다.
이날 강 시장은 천동마을 민주커뮤니티센터(윤상원기념관) 개관을 기념해 박병규 광산구청장에게 ‘노래를 위하여’ 책을 전달하고 하성흡 작가의 ‘수묵으로 그린 윤상원 열사 일대기전(展)’을 관람했다.
‘노래를 위하여’는 강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직접 쓴 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와, 노래의 주인공인 윤상원·박기순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오월 추모곡이자 민주화운동의 대표 상직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창작의 계기가 됐으며, 1983년부터 5·18기념식 등에서 제창되고 있다.
강 시장은 “10여년 전 임을 위한 행진곡이 논란이 되던 때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직접 쓴 이 책을 묘소에 드렸다”며 “윤상원 열사를 떠올리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역사가 만들고 사람이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위안, 용기, 자신감, 평화, 나눔, 희생, 정의 등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2013년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 촉구 국회결의안’ 대표 발의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등 5·18공식기념곡 지정 및 왜곡·폄훼에 대응해왔다.
이날 6살, 4살 아이들과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윤상원 열사에 대해 최근에 알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윤상원 열사의 정신을 배우면 좋을 것 같아 나왔다”며 “윤상원 열사의 뜻을 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임곡동 주민인 한 시민은 “1980년 5월 딸을 낳았다. 자식을 얻고 보니 자식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클지 이해할 수 있었다”며 “윤상원 열사의 죽음은 슬프지만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고, 윤상원 열사를 손쉽게 기억할 수 있는 길이 지정돼 기쁘다”고 말했다.
윤상원 열사는 1950년 당시 전남 광산구 신룡동 천동마을에서 태어났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는 광주지역 최초의 노동야학이었던 들불야학의 교사이자 노동운동가로 활동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광주시민 민주투쟁회보’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외에도 밤새 각종 선언문과 투사회보를 제작 배포하며 시민 참여를 이끌었다. 또한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신군부의 만행을 전 세계인에게 알렸다.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 항거했으며, 27일 새벽 31살의 이른 나이로 계엄군 총격에 사망했다.
한편 광산구는 주민 의견수렴을 통해 임곡동 행정복지센터~진곡교차로 5.7㎞ 가량을 ‘윤상원민주로’로, 윤상원 열사 생가가 위치한 천동길 329m 가량을 ‘윤상원길’로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 명예도로명이란 실제 주소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인물·기업 등의 사회헌신도, 공익성을 고려해 도로구간에 부여하는 별칭으로 지역의 큰 상징성을 지닌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 별첨 :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