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이용권 할인 판매…중도해지땐 정상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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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헬스장 이용권 할인 판매…중도해지땐 정상가 적용”
지난달 소비자상담 1218건 ‘최다’
중도해지시 ‘높은 정가’ 기준 환불
‘울며 겨자먹기’ 중고거래 내놓기도
“계약시 환불 조항 꼼꼼히 살펴야”
  • 입력 : 2024. 06.25(화) 17:54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헬스장 등 운동 시설에 등록했다가 예상치 못한 환불 규정으로 인해 중고거래 앱에 ‘양도글’을 올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당근마켓 제공
최근 헬스장 등 운동시설을 이용하다 중도 해지시 과도한 이용료·위약금을 요구받거나 환불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4만3584건으로 전월(4만1877건) 대비 4.1%, 지난해 같은 달(4만2526건) 대비 2.5% 증가한 가운데 품목별로는 헬스장이 12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탁서비스(912건), 이동전화서비스(831건)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기준 연령별 소비자 상당 건수는 10대 64건, 20대 4685건, 30대 6146건, 40대 2628건으로, 10~40대 모두 헬스장 관련 상담 건수가 가장 많았다. 헬스장은 중도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 요구나 환불 거부 관련 상담이 주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광주지역 일부 헬스장의 경우 고객에게 할인된 가격에 장기 이용권을 결제하도록 유도한 뒤 환불을 요구할 때는 높은 ‘정가’를 적용해 사실상 환불이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아예 환불을 거부하기도 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정은미(26)씨는 “기존에 다니던 헬스장 1년 이용권을 환불하려다 깜짝 놀랐다. 4개월 전 48만원에 1년 이용권을 구매했는데 위약금과 헬스장 이용 금액 등을 제외하고 나니 10만원도 남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양도 글을 작성하고 이용권이 판매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장기 이용자를 위해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 이용권이기에 환불 시 ‘정가’를 적용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정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것은 ‘얌체’ 행위다”며 “이용권 양도 자체가 불가능한 곳은 사정이 생겨도 환불받기 어렵다. 양도가 가능해도 거래가 이뤄질지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환불 금액이 깎이니 소비자는 속앓이만 하게 된다. 소비자원에 신고하거나 법정 분쟁까지 가는 것을 어렵게 느끼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냥 지불한 돈을 포기해 버린다”고 토로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 법령에 관한 법률 시행령. 국가법령정보센터 제공
방문 통신판매법 제31조(계약의 해지)에 따르면 계속 거래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 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서에 환불이 불가하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은 무효가 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 또 방문판매법 제32조를 보면 계약 해지를 이유로 소비자에게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하면 안 되고 환급을 부당하게 거부해서도 안 된다. 헬스·필라테스·요가 등의 업종은 총 계약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환불을 거부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지만 계약서상 환불을 ‘정상가’ 기준으로 한다고 적혀있다면 ‘계약자유의 원칙’과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를 기준으로 환불 금액을 계산할 수 있다. 실제 지불한 금액이 아닌 ‘정상가’를 기준으로 환불 금액을 제외한다고 해도 소비자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헬스장 고객이 ‘지불한 금액’을 기준으로 환불을 요청했다가 패소한 판례도 있다.

수원지방법원 판결(2021나70332)에 따르면 ‘장기 이용권은 1년분 헬스장 이용료를 선급하는 대신 정상요금보다 할인된 가격에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므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으로 헬스장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위와 같은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정상가로 결제한 적이 없는 ‘무늬만 정상가’가 책정돼 있을 경우 ‘정상가’를 기준으로 환불 계산을 할 수 없고, 판례가 있더라도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지만, 계약서와 법률까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들은 피해를 당하기 십상이다”며 “헬스장 등 운동시설에 등록할 때에는 중도해지시 위약금·정가 기준 환불 금액 차감 조항 등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소비생활을 위해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 등을 사용(또는 이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소비자상담 및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소비자상담 단계에서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피해구제 단계로 이관될 수 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