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쟁범죄 만행, 시민 힘으로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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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쟁범죄 만행, 시민 힘으로 책임 물어야
시민모임 강제노역 자료수집
  • 입력 : 2024. 06.24(월) 17:24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일제의 강제노역 실상을 담은 자료 수집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빛바랜 사진 한 점과 낡고 먼지 앉은 문서 한 장, 그날의 흩어진 기억 한 조각이 시대의 아픔과 역사의 진실을 소리 없이 말해주는 소중한 자료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일제의 만행을 추적하겠다는 시민들의 행동이 듬직하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상흔은 지금도 곳곳에 뚜렷이 남아있다. 수많은 일제 만행 피해자와 유족들도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치를 떨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04세인 이춘식 할아버지부터 96세인 양금덕 할머니까지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노예 취급을 받았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강제노역을 하며 어린시절과 청춘을 빼앗긴 피해자들이 일본과 전범기업으로부터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한 채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현실도 가슴 아픈 일이다.

태평양 전쟁 기간 일제의 만행을 보여주는 증거와 증언은 도처에 넘쳐 난다. 얼마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공개한 밀리환초 학살사건은 일제의 만행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다. 지난해 일본 나가노현 ‘강제노동조사네트워크’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쓴 ‘본토결전과 외국인강제노동’에 증언자로 나온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에도 끔찍했던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지옥의 섬’이라 불린 군함도와 사도광산 등에서 ‘개도 안 먹을 밥을 주고, 노예같이 천한 대우를 받고 총알받이가 됐던’ 피해자들의 증언도 차고 넘친다.

민간 차원의 자료모집은 정부나 공공 기관의 역할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증거와 기록이라는 가치도 크다. 시민 한 사람 한사람의 관심으로 모아진 자료들은 개인의 아픈 역사를 넘어 전쟁 범죄나 인권침해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당시의 참혹했던 현실을 증언해 줄 피해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줄어드는 지금, 왜곡되지 않는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겠다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