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오물풍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서석대>오물풍선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4. 06.12(수) 18:02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지구는 공기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비, 바람 같은 기상 변화가 일어난다. 공기가 있어 새와 비행기도 하늘을 날수 있다. 지상에서 어느 높이까지 공기가 있는 걸까. 1890년대, 기상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풍선을 이용해 찾았다. 하늘로 올라갈수록 온도와 기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했다. 전 세계 기상학자들은 오늘도 매일 같은 시간에 센서를 장착한 풍선을 띄운다고 한다.

풍선은 군사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폭탄이나 정찰용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중 1944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풍선 폭탄 9300여개를 미국으로 날려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산에 추락하는 등 본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군사용 풍선은 대체로 정찰용이었다. 프랑스군이 1794년 플뢰뤼스 전투에서 지상과 밧줄로 연결된 열기구를 활용해 오스트리아군을 정찰한 것이 첫 사례라고 한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정찰 풍선전쟁’이 일어났다. 미국은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풍선’을 전투기로 격추했다. 중국은 과거부터 군사 목적으로 정찰 풍선을 연구해왔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은 ‘기상 관측에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라고 반박하며 양국의 대치가 한동안 이어졌다.

하늘로 날린 풍선이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산양과 소는 바람 빠진 풍선을 풀로 착각하고, 바다 거북이는 해파리로 착각해 먹고 소화관이 막혀 죽는 경우가 적지않다. 또 풍선에 달린 플라스틱 노끈은 조류의 다리에 엉켜 날지 못하게 되는 피해를 입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풍선날리기 금지 운동이 벌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오는 7월부터 고의로 헬륨 등 가스를 채운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것을 쓰레기 불법 투기와 같은 행위로 취급해 150달러(약 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가 없다.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대남 오물 풍선은 11일까지 총 16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내용물은 폐지와 비닐 등 쓰레기다.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 풍선을 날리는 것이다.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가동으로 맞서고 있다. 남북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남북 모두 강경 일변도 태세다. ‘때아닌’ 풍선이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어린시절 하늘을 타고 날며 예쁜 꿈을 꾸었던 풍선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