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뮤지엄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전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가 오늘 9일 개막한다. 동곡뮤지엄 제공 |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사상을 내세운 동학농민혁명은 관료들의 부패에 맞서고, 일본의 국권 침탈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한 백성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1년간 이어진 두 차례의 봉기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는 대한민국이 근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동곡뮤지엄은 광주 최대 의병 격전지 어등산 아래 자리해 매년 10월 (재)보문복지재단과 함께 의병 추모제를 여는 등 동학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그 연장선에 있는 특별전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에는 동학 정신에 뜻을 함께 한 전국의 33인(지역 16명·전국 17명)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구본주, 구중서, 김정헌, 김준권, 신학철, 주재환 등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노은영, 이인성, 임용현 등 지역의 젊은 작가들까지. 이들은 동학농민혁명을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에 이르는 역사적 순간들을 다양한 예술 형태로 재해석했다.
전시실 초입 동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 광주 대표 미디어 아티스트 임용현의 영상작품 ‘죽산 백산’이다. 흩날리는 반투명한 여러개의 천을 화면으로 대신해 푸르른 대나무를 투영했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의 초상도 박성완, 김정헌, 김준권 등 참여작가의 손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동학에서 시작돼 제주 4·3 항쟁, 광주와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담긴 김화순의 ‘붉은 우물’도 눈에 띈다. 이성웅의 거대한 조각상 에어작품 ‘공감’은 민중의 애환을 달래며 따뜻한 품을 건넨다. 이외에도 5·18의 잔상을 담은 여러 작품이 걸렸다.
부대행사로는 학술세미나, 릴레이 아트토크, 깃발 만들기 체험도 준비돼 있다. 학술세미나는 동학농민혁명의 핵심 이념인 인내천 사상의 토대를 마련한 수운 최제우의 탄신 200주년을 기념해 ‘새 문명을 여는 외침: 다시 개벽과 하늘모심’을 주제로 오는 10일 오후 1시부터 열린다. 김남주 안무비평가가 좌장으로 참여하며 김종길 다석철학자,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다.
‘릴레이 아트토크’는 지역 기획자(문희영 예술공간 집 대표)와 함께 오는 14일, 22일 29일 총 3회에 걸쳐 진행된다. 릴레이 아트토크에서는 김우성·박성완·박문종·이성웅·송필용·하성흡·조정태·임용현·이세현 참여작가들이 직접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예술을 통한 사회변화의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가족의 달 5월을 맞이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깃발만들기 체험’도 운영한다. 전시를 감상하면서 느낀 평등과 정의에 대한 생각을 깃발에 옮겨 적고, 완성된 결과물을 미술관 야외에 마련된 깃발대에 꽂는 체험이다. 깃발 2000여개를 세울 수 있도록 준비했으며 완성 후 장관이 기대된다.
정영헌 보문복지재단 동곡뮤지엄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130년의 시간을 거슬러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동학농민혁명의 열기와 정신을 예술가의 새로운 시선으로 살펴보며, 대동세상을 향한 예술의 울림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후원하는 지역전시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시는 오는 7월 21일까지 이어지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