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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바가지
양가람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5.06(월) 17:19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양가람 취재2부 기자
박 열매를 반으로 갈라 속을 비우고 남은 껍질을 말려 만든 그릇인 바가지는 ‘바가지를 긁다’, ‘바가지 씌우다’ 등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표현으로 사용된다.

과거 괴질이 유행할 때 병 귀신을 쫓으려 바가지를 득득 긁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던 풍속이 있었는데, 가족의 잔소리가 귀신도 도망가는 바가지 소리만큼이나 듣기 껄끄럽다는 데서 ‘바가지를 긁다’란 표현이 나왔다. 쌀이 없는 쌀뒤주 바닥을 바가지로 벅벅 긁으며 남편의 경제적 무능함, 빈곤함을 간접적으로 항의했다는 설도 있다.

‘바가지를 쓰다’ 또는 ‘바가지를 씌우다’는 조선시대 말 청나라에서 들어온 도박인 ‘십인계(十人契)’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부터 10까지 쓰인 그릇이나 바가지를 이리저리 섞은 뒤 숫자를 맞추는 방식인데, 실패할 경우 건 돈을 모두 잃게 돼 ‘바가지와 독박을 썼다’고 푸념했다 한다.

봄꽃이 만개한 5월, 지역 곳곳에서 축제가 시작됐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을 넘어 전국 최고의 행사로 자리매김하고자 다채로운 콘텐츠를 내세워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은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지난해 외국인 유튜버로부터 시작된 ‘어묵 한 그릇 만원’ 홍역을 치렀던 모 지자체는 올해 가격표시제 시행 등 전 점포 단속 등 강력한 규제·감독을 진행했다. 덕분에 올해는 많은 이들이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축제장을 나올 수 있었는데,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지역축제=바가지’가 자리잡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고물가의 비명이 날카로워졌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 탓에 가정의 달 5월은 ‘가난의 달’이 됐다. 가족들끼리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추억을 쌓기에도 모자란데, 현실은 가족들 용돈과 물가부터 걱정한다.

정부가 지역축제 먹거리 요금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바가지요금으로 인한 고객 불만이 여러 차례 발생한 축제는 평가를 통해 차기 문화관광축제 지정에서도 제외하겠단 방침이다. 지역축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민·관 모두 합심해 합리적인 가격의 먹거리를 제공해 ‘바가지 축제’의 오명을 벗어나길 바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