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마라톤>‘마의 5㎞ 구간’ 겨우 극복…결승선 통과하니 '통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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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호남마라톤>‘마의 5㎞ 구간’ 겨우 극복…결승선 통과하니 '통쾌'
●호남마라톤 하프코스 뛰어보니
본사 취재2부 송민섭 기자 체험기
지난해 10㎞ 도전 경험 살려 출전
포기하려 할 때마다 "파이팅" 응원
걷다 뛰다가 2시간 20분만에 완주
  • 입력 : 2024. 04.21(일) 18:18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본보 취재2부 송민섭 기자(오른쪽)가 21일 열린 제21회 호남마라톤 하프코스에 출전해 완주에 성공한 뒤 결승지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나건호 기자
“뭐, 이번에는 하프를 뛰겠다고?”

비가 살짝 내린 21일 제21회 호남마라톤 하프코스 20㎞를 뛰었다. 전남일보 동료들의 반응은 지난해 대회때 10㎞를 직접 뛰겠다고 했을 때와 비슷했다. 달라진게 있다면 10㎞는 “힘들면 걸어”라는 조언이 많았고 하프코스는 “힘들면 포기해”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도전해봤다. 전남일보 취재2부 기자로서 마라톤 참가기(記)를 쓰는데 작년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작은 호기로웠다. 대부분 참가자가 그렇듯 겸손하게 ‘완주가 목표’였다. 지난해 20회 마라톤 대회에서 10㎞를 48분대에 주파한 덕에 자신감이 충만했다. 순위권 안에 들어 기념촬영 하는 상상도 했다. 힘들면 ‘2시간 내에만 들어오자’고 다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되찾은 덕분일까. 마라톤 시작 지점인 영산강문화관 광장은 레이스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1000여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영산강변을 달리기 위해 승촌보로 모여 들었다. 출발을 알리는 나팔소리와 함께 힘차게 내달렸다. 이슬비가 적당히 내려 기분도 상쾌했다. 그러나 ‘3㎞’지점을 지나며 자신감이 자만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난 1년간 운동을 게을리 한 결과임을 느끼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이날 내린 이슬비에 땀인지 비인지 구분이 안됐지만, 이 정도로 심장이 빨리 뛴다면 분명 땀이었음이 분명했다. 마의 5㎞ 구간. ‘이쯤이면 괜찮겠지’, ‘지금 돌아가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겠지’ 등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쯤 빨간 민소매 유니폼에 노란 풍선을 매달고 뛰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간대별로 달리기를 조절해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마라톤 도우미들이다. 지친 동료 러너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

페이스메이커들의 “화이팅” 응원에 드디어 반환점을 돌았다. 이젠 포기도 늦었다. 끝까지 가야만 한다. 천근만근 무거운 두발을 애써 뻗어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택시를 타볼까 싶었지만 지갑은 집에 놓고 온 상황. 엄지를 치켜세워 도로에서 히치하이킹도 시도했지만, 비에 쫄딱 젖은 성인남성을 태워줄 의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다른 방법은 없다. 진정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다른 사람은 못이겨도 나는 꼭 이겨보자’며 수없이 되뇌었다. 다리가 아프면 걷고 괜찮아지면 다시 뛰고, 숨이 차오르면 걷고 뛰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가까워지는 결승점을 보며 달려나갔다.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2시간 20분. 초라하면 어떠랴. 우여곡절 끝에 결국 완주에 성공했다. 통쾌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