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진영논리에 빠진 사회에 던지는 반성과 비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진영논리에 빠진 사회에 던지는 반성과 비판
안국진 감독 댓글부대
  • 입력 : 2024. 03.31(일) 13:59
안국진 감독 ‘댓글부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안국진 감독 ‘댓글부대’ 포스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SNS를 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싶은 시대, 대중 미디어보다는 개인 미디어에 관심이 쏠리는 시대, 이른바 ‘밈’(mim·온라인 상의 쏠림현상으로 새로운 문화적 공감, 소통의 표현형태)에 집중하는 시대다. 영화 ‘댓글부대’는 원작 소설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장강명 작가의 소설 ‘댓글부대’(2015)는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 곧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2012년 18대 대선까지 일어난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당시 댓글부대는 국정원과 사이버 사령부 소속 군인 및 요원들이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 및 진보 성향의 대형 커뮤니티에 침투해서 정부에 대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

댓글정치가 지닌 대중조작의 폭력성…. 관객의 기대는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필자 역시 그랬다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잔뜩 안고 영화관을 나섰다. 더불어, 생각할 거리도 잔뜩 이었다. 영화는 일단 대기업으로 시선을 돌려놓았다. 임상진 기자(배우 손석구)는 만진전자의 중소기업 평가방해 및 기술탈취 사건을 취재·보도했다가 여론의 공격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중소기업 사장이 자살하면서 임상진 기자의 기사 때문에 중소기업 사장이 죽었다는 댓글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결과는, 대중으로부터 ‘기레기’라는 별명을 얻고 신문사에서는 정직처분을 받는다. 크로스체크를 미처 못한 새내기 기자의 크게 사고 친 실수담으로 넘어갈 뻔한 것을 누군가 페북 메시지에 글을 남긴다. ‘임상진의 기사는 오보가 아니었고, 온라인 여론을 전문적으로 조작하는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만전 여론 조작팀의 횡포임을 제보하는 닉네임 찻탓캇(배우 김동휘). 그 과정에서 인터넷 소설가인 찻탓캇과 청년실업자인 찡뻤킹(배우 김성철), 팹택(배우 홍경)이 꾸린 팀 알렙의 무시무시한 여론조작과 그로 인한 저격인물들의 몰락 일화를 듣게 된다.

이 기사로 복직까지 되고 진실을 파헤치려던 상진에게 돌아온 것은 또다른 거짓. 이제는 복직이 아니라 파면에 이른다. 상진은 진실 속에 거짓이 있다면, 거짓 속에도 진실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 거짓 속에서 진실을 발굴, 댓글부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이 파헤친 진실을 전파하려 한다.

과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가짜였을까. 영화는 진실과 거짓 사이를 엎치락 뒤치락 오간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바도 그랬다.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확대재생산하는 남성 동료들로부터 보이지 않게 피해를 입은 경험이 숱했으니까. 진실이 오염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소문과 괴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제도권에서 언론을 차단할수록 페이소스 가득한 ‘덩달이 시리즈’며 ‘최불암 시리즈’ 속에 담긴 비판적 뒤틀림이 입에 오르내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온라인에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정보를 게이트키핑하려면 깨어 있는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 비판의식을 갖고 가짜 뉴스인지 팩트 체크를 한 후에 믿어야 한다는 새로운 미덕을 갖춰야 할 일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원작자 장강명은 “독자가 어느 것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모르겠다 할 만큼 불편하기를 바랐다”며 “제가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 자기 반성과 비판이 있어야 하는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그런 건강한 회의주의가 없는 위험한 사회에 도달해 있다”는 데 있다 했다. 영화 ‘댓글부대’는 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가. 온라인 여론전을 지켜보면서 한번 쯤 의심해 보고 상상해 본 온라인 여론조작을 실감해볼 수 있는 영화다. 3월 27일 개봉.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