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에세이·김정희>지금은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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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에세이·김정희>지금은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김정희 시인·광주문인협회회원
  • 입력 : 2024. 03.28(목) 10:06
김정희 시인 광주문인협회회원
평소 인문학 서적이나 문학작품을 즐겨 읽거나 1년에 최소한 몇 권이라도 챙겨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구별 될 만한 어떤 행동상의 특징을 보이는가. 그리고 그런 인문학이 ‘사람을 바꿔 놓을 수 있는가’. 조금은 난감한 질문이지만 대중적으로 인문학을 읽는 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인문학 독서의 중요성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해부터 카페필로소피아 ‘몽클래스’라는 인문 철학모임에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고 올해는 버트란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시작으로 ‘사랑의 기술’,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나와 마주서는 용기’, ‘돈의 지혜’ 등 등, 매월 1권씩의 책을 읽는 철학독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카페 필로소피아’는 1996년 대중을 위한 인문학 둥지로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인문 철학 강좌 ‘니체 읽는 할머니’와 ‘몽클래스’ 외 크고 작은 철학 세미나, 강연회 등을 개최하며 중년 이후의 세대를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카페필로소피아’의 모델은 전남대 철학과 성진기 명예 교수가 1980년대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대학교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처음 봤던 프랑크푸르트의 철학카페 ‘뎅크바’(Denkbar)였다고 한다.

독일어 ‘뎅크’(Denk)는 영어 ‘Think’(생각하다)에 해당되는 단어이다. 성 교수는 ‘카페 필로소피아’가 단순히 철학 등 인문학을 공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담론장을 형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대학을 은퇴한 후에도 여러 곳에서 강의와 인문 프로그램을 열고 아슬아슬하지만 아름다운 생 그 안에서 ‘인간이라는 직업’(알렉상드르 졸리앵)을 가진 이들에게 고귀함과 기쁨을 전하는 ‘철학 유혹자’, ‘철학 세일즈맨’이라는 애칭을 실천하고 계신다.

위키피디아에서 ‘인문학’을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힌두교에서는 인생 4모작을 말한다. 성년이 될 때까지 뛰어난 스승을 모시고 공부하는 성장기, 성년이 되어 가족을 이끌고 부양하는 가장기, 자식이 성장하면 가장의 책무를 넘기고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숲속 생활기, 평화로운 죽음을 준비하는 출가기의 4단계가 바람직한 인생의 사이클을 구성한다는 것- 인생 다모작의 이 사이클은 디지털 기반의 환경 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심심함’에 머무는 능력과 느긋한 인지적 노력이 요구되는 철학이 왜 가슴에 스미는지 깨닫게 한다. 철학은 예술적 창조를 위한 절실한 생각의 산파이다.

필자는 ‘몽클래스’에서 오래 전 읽었던 버트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다시 읽고 있다. 성 교수님의 해설로 읽는 ‘행복의 정복’은 러셀이 1930년대에 쓴 책이지만 공자의 ‘논어’ 첫 장에서처럼 ‘남들의 시선이 너를 좌지우지 할 수 없게 하라’를 깨닫게 했다. 외적인 조건이 잘 구비되어도 영혼이 병들면 행복은 어디에 있겠는가. 인간의 한 생애는 ‘태어난다, 산다, 죽는다’는 단 세 개의 동사로 요약될 수 있다. 철학과 인문학은 그 중 ‘살다’라는 부분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 ‘몽클래스’ 에서는 매월 한 번씩 원로들을 방문해 움직이는 강의실을 열고 있다. 지난 두 번째 월요일엔 강연균 화백의 화실을 찾아 그의 그림에서 보여 지는 감각적 사실성과 투명한 생각들이 어떻게 붓질의 작업을 통해 화폭에 담기는지 직접 듣고 질문도 나누었다. 강 화백의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예술적 향기가 사실은 치열한 집중과 철학적 사색의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은 나와 다른 것들이 무수하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고 불편한 목소리를 견디면서 나의 소망스러운 삶을 꿈꾸게 하는 것이 철학의 힘이다. 그래서 지금은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