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주현진> 흡연의 자유보다 중요한 공공 위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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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주현진> 흡연의 자유보다 중요한 공공 위한 배려
주현진 수필가·광주문협 이사
  • 입력 : 2024. 03.27(수) 10:55
주현진 수필가
70년대 담배는 국민 대다수가 즐겼던 대표적인 기호품이었다. 인간관계를 맺는데도 담배는 큰 역할을 했다. 남성들 70~80%가 흡연을 했고 세끼 밥은 굶어도 한끼 담배는 못 참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흡연 애찬론의 원조로는 조선조 실학자 이수광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봉유설’에서 “병든 사람이 담배를 한 번 빨면 능히 담과 허습을 제거한다.”고 주장했다. 담배를 피우면 가래가 끓는데도 말이다. 한동안 담배가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상식이 끽연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식후 연초’의 연원이기도 하다. 1970~1980년대까지 담배는 상처의 지혈이나 화상의 농을 막는데도 쓰였다. 할머니들이 상처가 나면 담배 가루를 뿌려줬던 것도 그 때문이다. 호랑이 담배 먹던 얘기지만 대다수 국민이 흡연을 즐기던 당시는 흡연이라기보다 애연이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담배의 효능에 대한 속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흡연에 따른 의료비 상승도 심각하다. 필자도 25년간 담배를 피웠다. 군에 입대해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데 화랑 담배가 하루에 일곱 개비 정량에 3일 단위로 한갑씩 지급되어 버리기도, 남주기도 아까워 뻐끔 담배로 담배를 배워 골초가 되었다. 전방 근무시 날씨 관계로 담배보급이 늦어지면 휴지통이나 화장실 바닥을 뒤져 신문지에 말아서 피운 추억도 있다. 그렇게 배운 담배 골초가 25년만에 금연을 했다. 사연은 이리하다. 80년대 말 근무지가 지방에서 서울로 옮겨져 주말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그때 당시 큰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었고 대학시험을 준비한 수능생이었다. 학교에서 정규수업이 끝나면 희망자들만 수능시험을 대비하여 과외수업이 학교에서 있는데 보통 자정에 끝난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을 기다려 간식을 준비하고 휴식을 취하게 한 후 다시 집에서 새벽 공부를 하는데 뒷바라지가 무척 힘들다고 밤늦게 하숙집에 있는 나에게 호소를 하였다.

자식을 아내 혼자 낳은 것도 아닌데 나 혼자 서울에서 무책임하게 지내는 자책감이 생겨 아들과 아내와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생각하게 된 것이 금연이었다. 그리고 아침 출근과 동시에 책상속에 보관하고 있던 담배와 라이타 등을 직원들에게 선물하고 금연선언을 했다. 금연한다는 말을 여러사람에게 자주 말을 해야 흡연에 미련을 버린다고 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담배 끊었다고 말을 했다. 여러사람의 흡연유혹을 뿌리치고 실천에 옮긴 것은 지금 생각해도 대견하다.

호남통계청에서 노인의 날을 맞아 ‘고령자 건강 통계’를 분석한 결과 광주·전남지역 65세이상 고령자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암 중에서도 폐암이 가장 높았다는 분석의 기사를 읽었다. 원인은 흡연이었다. 노령인구의 증가와 지속적인 금연 홍보로 흡연율은 줄어들고 있으나 폐암발병률은 아직까지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단다. 실제 폐암환자의 90%가 흡연자이고 비흡연자에 비해 13배의 폐암발병률을 보인다고 한다. 간접흡연으로도 폐암의 발병은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흡연은 폐암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흡연은 호흡기계의 여러 가지 구조적 변화도 일으킨다.

뉴스에서 미세먼지가 서울을 비롯 전국 하늘에 누렇게 덮어 있다는 보도를 듣는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길거리를 걷다가 불쾌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린다. 범인은 누런 미세먼지가 아니라 앞사람이 내뿜은 하얀 담배 연기 때문이다. 길거리 흡연폐해는 미세먼지 못지 않다. 그래도 미세 먼지는 예보를 보고 황사 마스크로 대비할 수 있지만 담배 연기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흡연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장소인 길거리에서는 예외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서 피우거나 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성숙한 시민의 자세다. 흡연자가 먼저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의 시선도 규제도 누그러질 것이다.

어느 의사가 매스컴에 출연해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보이고 5년 생존율도 낮은 편으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금연이 폐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비흡연자 뿐 아니라 흡연자에게도 필요한 것이 공공을 위한 인식과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