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글로벌에세이·최성주>선제적 핵공격 공언 북한, 국제사회 강력 응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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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글로벌에세이·최성주>선제적 핵공격 공언 북한, 국제사회 강력 응징 필요
최성주 원자력대학원 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86)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노력
  • 입력 : 2024. 03.25(월) 14:27
최성주 교수
원전과 핵무기는 공통적으로 핵분열 물질을 이용한다. 그런데, 원자력은 2차세계대전이라는 극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대량살상무기로 인류에게 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추축국(일본, 독일, 이태리)을 상대하던 연합국의 맹주인 미국은 1945년 7월 뉴멕시코에서 인류 최초의 핵무기 실험에 성공한다. 그해 4월 독일이 히틀러의 자살과 함께 무조건 항복한 반면, 일본은 옥쇄를 감행하며 필사적인 항전을 계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군의 희생을 줄이며 전쟁을 속히 끝내기 위해 8월초 일본에 2개의 핵무기를 투하한다. 핵무기가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되어 가공할 살상력을 보여준 것이다.

핵무기의 3대 효과는 폭풍과 열, 그리고 방사능이다. 이 중, 폭풍과 열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단기적이라면, 방사능은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으로 후대의 건강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냉전 초기 미-소 정면대결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과 축적은 핵심적인 정책 수단으로 인식된다. 미국과 소련은 공히 1940년대에 핵무기 실험에 성공한다. 이어서, 영국(1952), 프랑스(1960년) 및 중국(1964년)도 핵보유국 반열에 진입한다. 특히, 미국과 소련 간의 핵무기 경쟁은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 개발을 촉진한다. 극단적인 핵무기 경쟁 및 확산 가능성을 우려한 미-소는 영국과 함께, 1963년에 대기, 외기권 및 수중 핵실험을 금지하기로 합의한다. 그러나, 지하를 포함한 모든 장소에서의 핵실험금지조약(CTBT)은 1996년에 가서야 채택된다. 또한, 미국과 소련, 영국은 1968년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을 체결한다. NPT는 핵무기의 추가적 확산을 방지하려는 국제사회의 염원을 담은 핵심적인 조약으로서,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초석(cornerstone)이다. NPT의 3대 축은 핵군축과 핵비확산, 그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인데, 이들 간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즉, 핵무기 군축은 추가적인 확산을 방지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이 실현될 경우, 핵무기를 확산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측면만이 부각될 수 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사회가 핵군축, 즉 핵무기 없는 세상(NWFW)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NPT는 어떤 근거로 핵무기 보유국을 5개국으로 한정하고 있는가?

NPT가 채택될 당시 핵무기 실험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영국, 소련 및 프랑스, 중국의 5개국이다. 이 중, 프랑스와 중국은 미, 소 중심의 글로벌 핵정책 추진에 불만을 품고 NPT 협상 과정에 불참한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과 소련, 영국은 NPT상의 핵보유국에 프랑스와 중국을 포함시키기 위해,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를 실험한 국가가 핵보유국(NWS)임을 NPT 조항에 명시한다.

1960년대 초,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1970년대에 핵무기 확산국가가 20여개로 늘어날 것임을 우려한 바 있다. 1970년에 발효한 NPT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규범으로서, 현재 당사국은 191개국에 이른다. 그런데, 절대 다수의 핵비보유국(NNWS)은 5개 핵보유국이 핵군축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핵비확산 의무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NPT가 발효된 이후 현재까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및 북한을 포함하여 9개국이다. 이는 당초 케네디 대통령이 우려한 수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이다. 신규 핵무기 보유국가 중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NPT의 비당사국으로서 핵무기를 개발한 경우다. 그 반면, 1985년 이래 NPT 당사국이던 북한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다가 2003년 초에 NPT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다. 북한은 NPT 당사국으로서 원자력 협력을 통해 상당한 혜택을 누리다가 핵무기 개발을 위해 조약을 탈퇴한 유일한 경우여서, 북한을 NPT 비(非)당사국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핵무기 분야에서 양대 현안은 핵군축 및 핵비확산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핵미사일 감축을 통해 핵군축 노력을 선도해야 한다. 강대국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동시에, 핵무기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북한 및 이란 등 확산 세력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2006년 이래 10개에 달하는 안보리 제재결의를 무시하면서 2022년 핵무력법 제정을 통해 선제적 핵공격을 공언하는 북한에 대해, 안보리는 물론,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강력히 응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확산 세력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국제 핵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