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 중앙공원1지구 ‘전문가 검증 부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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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전남일보]광주 중앙공원1지구 ‘전문가 검증 부실’ 논란
방대한 분량 분석기간 단 3일뿐
선분양 전환 위한 요식행위 반발
다수 전문가 타당성 보고서 ‘적합’
“고분양가… 민관 거버넌스 구성을”
  • 입력 : 2024. 03.19(화) 18:26
  •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 아파트가 ‘선분양’ 전환에 분양가 ‘2425만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주시가 ‘선분양 타당성 보고서’ 검증을 위해 마련한 전문가 회의에서 참가자 대다수가 ‘적합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 중 일부는 “지난 15일 엄청난 양의 자료를 줘놓고 3일 후인 18일 회의를 하자는 것은 분석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면서 “결국 선분양을 위한 요식행위였다”고 반발해 ‘부실 검증’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해당 사업과 관련해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분양가가 너무 높다’, ‘사회적 합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신속보다는 신중하게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여서 시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중앙공원 1지구 사업 전문가 검증 회의가 개최됐다. 당초 8명의 전문가를 초빙하기로 했으나 광주시의회에서 1명이 불참함에 따라 7명으로 진행됐다. 분야별로 시민단체, 공원, 건축, 토목, 회계, 금융, 도시계획 관련 교수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회의는 최근 광주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남대 산학협력단의 선분양시 분양가 2425만원에 대한 검증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또 민간 사업자의 초과 이익, 후분양에서 선분양으로 변경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토지보상비 등 분석 내용이 적정한지 등도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는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서재형 광주 경실련 건축부동산위원장은 “오늘 회의는 선분양이나 후분양 중 하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선분양에 대해서만 논의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사회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선분양 타당성 보고서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이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서 위원장은 “말이 안되지 않나. 결정된 것이 없는데 왜 선분양 이야기만 하는가”라고 재차 물었고, 사회자는 똑같은 말로 대답을 마무리했다. 회의에서는 서 위원장이 가장 많은 발언을 했고 나머지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분석안을 제시하기 보다 주로 동의하거나 말을 거드는 수준에 그쳤다.

3시간여 회의가 끝난후 광주시는 회의와 관련한 자료 배포 및 브리핑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취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광주시는 빠르면 이번주 내로 검증위원들이 제시한 적정, 부적정 등 판단 내용을 검토해 사업 계획 변경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이후 변경안이 통과되면 민간 사업자와 최종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회의에 참석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선분양 타당성 보고서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서 위원장은 “관심이 있는 나도 주말 동안 제대로 자료를 다 보지 못할 정도로 분량이 많았는데, 다른 전문가들이 완벽하게 검토했는지 의문”이라면서 “분양가가 왜 높은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질문보다는 왜 이렇게 검증했는지에 대한 답변만 듣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야말로 광주시가 원하는대로 가기 위한 요식행위”라면서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민들이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원성을 광주시는 전혀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일 광주시의회 5층 예결위 회의실에서 전남일보 주최로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분양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항집 광주대 교수, 조진상 동신대 명예교수, 서재형 광주경실련 건축부동산위원장, 최연화 시민패널과 150여명의 시민들은 중앙공원 1지구 사업과 관련 ‘분양가를 낮추고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입을 모았다.

김항집 광주대 교수는 “과도한 분양가가 광주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고 조진상 동신대 명예교수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선 광주시, 사업자, 전문가, 시의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구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연화 시민 패널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초고가 분양가는 안된다”며 “지금이라도 광주시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 역시 “비싼 분양가는 광주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투기꾼을 위한 것”이라면서 “공동사업자인 광주시가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문가 회의 결과는 참조할 예정이지만 내부 회의도 따로 열리고 있다”면서 “관련 내용도 곧 공개해서 시민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