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짱구쌤이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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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짱구쌤이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학교 이야기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이장규 | 르네상스 | 1만7000원
  • 입력 : 2024. 03.14(목) 14:3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2024년 1월, ‘20년 전 약속… 다들 기억할까?’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졸업한 지 20년 만에 모교에서 다시 만난 담임교사와 제자들의 동화 같은 순간을 담은 영상이다. “가슴 뭉클하고 아름다운 순간” “따뜻하고 감동적” “낭만 그 자체” 등 영상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의 댓글이 쏟아졌고, 언론사들의 취재도 이어졌다. 한 달 만에 조회 수 50만이 넘은 화제의 영상 속 담임교사, 이장규 선생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유쾌하고 자유로운 ‘짱구쌤’과 가슴 따뜻한 아이들이 빚어낸 빛나는 순간들을 만나 보자.

이장규 선생님을 아이들은 대부분 ‘짱구쌤’이라 부른다. 이름과 볼록한 뒤통수에서 떠올린 별명이다. 짱구쌤은 이 별명에 아이들과 거리를 가깝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1992년 임용된 뒤 한 해도 빠트리지 않고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펴내며 교실에서 지내다가 2020년 전남 구례 용방초에 공모 교장으로 부임한 짱구쌤. 어쩌다 교장이 되었다며 초보 교장으로서의 부담감도 느꼈지만, 운동장에서 지리산 노고단이 보이고 울타리를 따라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학교에서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서 이런 호사를 누리나”라고 할 만큼 행복한 4년을 보냈다. 이 책은 그 4년간의 기록이다.

짱구쌤의 하루는 분주하다. 아침마다 교문에서 등교하는 전교생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아침맞이를 하고, 교장실에서 예약한 아이들과 차를 마신다. 일주일에 네 시간은 ‘짱구쌤 수업’을 하는데, 전래놀이, 실내화 빨기, 서시천 산책하기, 그림책 읽어 주기, 비 오는 날 운동장 맨발로 걷기까지, 수업이라기보다는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시간이다. 틈틈이 ‘임가이버’ 주무관님을 도와 오래된 정자 리모델링을 하고, 운동장에 트리하우스를 짓고, 노고단을 보며 쉴 수 있는 데크 쉼터를 만들고,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고치거나 만드느라 드릴을 들고 학교 곳곳을 활보한다. 퇴근 후에는 학교 가장 구석에 있는 관사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손편지를 쓰다가 손전등을 들고 교정을 둘러본다. 이런 교장 선생님이라니! 세상에 없던 교장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