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취재수첩> '착한가격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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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 취재수첩> '착한가격없소'
정성현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2.26(월) 16:31
정성현 취재2부 기자.
‘짜장면 한 그릇 4000원’.

최근 취재차 정부·지자체에서 선정한 ‘착한가격업소’ 가격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을 금액이지만, 지금에선 ‘남는 게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착한가격업소는 동일 음식을 판매하는 주변 업소에 비해 △가격 △청결 △서비스 등에서 우수한 업소를 정부·지자체가 선정한 곳을 말한다. 이들에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앞치마 등 소모품과 수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지역에는 광주 266곳·전남 244곳 등 510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지역 물가 안정에 큰 보탬이 되는 착한가격업소의 고심은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고물가다. 음식 가격은 그대론데 원자재 및 가스·전기료 등 ‘내야 할 돈’은 갈수록 늘어나니 “버틸수가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30년 간 영광 불갑면에서 중식당을 운영중인 착한가게 업주 박정례(74)씨는 “잇따른 물가 상승에 최근 종업원들을 다 내보냈다. 운영 시간도 점심·저녁 식사 시간대로 줄였다”며 “촌 단위는 식당 하나가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한다. 주 고객층인 60~80대가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해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에 비해 8% 이상 올랐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역시 5% 상승했다. 과일·야채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 10배를 웃돌았다. 이에 지난해 외식물가도 덩달아 상승해 30년 만에 최고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착한가격업주들이 수 년간의 동결에도 최근 가격 조정을 고민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역 가격 안정의 시발점이 되는 착한가격업소를 위해 보다 세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공회대 모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지역에서 착한가격업소에 종량제봉투 등 소모품을 제공한다. 값싼 가격 구성 대비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셈”이라며 “버티다 못한 가게들은 결국 가격을 올린다. 이는 저렴한 가격에 이곳을 찾던 청소년·취약계층 등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곳인 만큼 공공요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 오르는 게 없는 고물가 시대, 서민들에게 착한가격업소는 ‘가뭄의 단비’같은 곳이다. 잇따른 물가 상승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정부·지자제의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