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공의 떠난 첫 주말 '병원 뺑뺑이' 등 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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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전남일보]전공의 떠난 첫 주말 '병원 뺑뺑이' 등 큰 혼란
●의료대란 1주일 주말 풍경
전대병원 응급실 상주 2명뿐
"어머니 쓰러졌는데 돌려보내"
환자 몰린 2차병원은 '과부하'
인턴 임용포기 등 사태 본격화
  • 입력 : 2024. 02.25(일) 18:24
  • 정성현·강주비·정상아 기자
24일 오후 한 내원객이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성현 기자
24일 오후 119구급대원이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파업에 나선 뒤 첫 주말을 맞은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주요 병원 현장에선 환자들이 ‘병원 뺑뺑이’를 도는 등 혼란과 불편이 이어졌다. 전남대·조선대병원 전공의 80%가량이 여전히 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있고, 3월 신규임용 예정이었던 인턴들도 대거 임용을 포기해 ‘의료 대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대학병원부터 2차병원까지 ‘포화’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응급실에 갔는데 진료까지 시간이 걸린대요. 대기 중 혹여 잘못되실까 걱정됩니다.”

지난 24일 오후 11시께 전남대병원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만난 김모씨의 말이다. 그는 두 손을 쥔 채 한참 동안 아버지의 소식을 기다렸다. 20여 분이 지났지만 김씨를 찾아오는 의료진은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김씨는 한두 차례 응급실을 찾아가 진행 경위를 물었다. 그때마다 들려오는 답은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었다.

김씨는 “인력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의료대란이라는 걸 이제야 실감했다”며 “대기실 보호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말 간 병원이 열지 않으니 응급실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전남에서 온 사람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전남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119차량은 나주 남평·광산구 하남 등 총 5대였다.

전남대병원 간호사 김모씨는 “전공의들이 포진돼 있는 곳 대부분이 응급실·수술실·마취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곳”이라며 “지금 그쪽이 다 비어있다고 보면 된다. 응급실의 경우 본 진료와 보조역할까지 다 교수(전문의)들이 하고 있다. 인턴이 하던 업무는 간호사들이 보조한다. 급한 게 아니면 대부분 2차병원으로 전원 중이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응급실은 통상적으로 병상 25대를 운영한다. 전공의는 총 15명으로 4명이 2교대 근무한다. 의료대란이 본격화된 이후 전공의가 없어 전문의가 2명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상급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이 몰려든 2차병원은 더욱 분주했다.

25일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 대기실은 일찍이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로 가득 찼다. 의료진들은 내원한 환자들에게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거듭 설명하며 병원 로비를 바쁘게 뛰어다녔다. 상급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이곳으로 발길을 돌린 환자들은 ‘여기서마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거냐’며 분통해 했다.

이따금 응급의료센터 앞에는 환자를 실은 119구급차량과 사설 구급 차량이 드나들었다. 구급차에서 내린 보호자 정모(52)씨는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중증 환자만 수용할 수 있다고 돌려보내졌다”며 “급히 2차 병원으로 옮겨 다행이지만 이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으면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의 퇴원 수속을 밟고 있던 40대 임모씨는 “3일 전 이 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는 사람이 많을까 봐 여기로 왔는데 당시 응급실에서는 외래 진료실로 가라고 하고, 외래 진료실에서는 응급실로 가라며 '뺑뺑이'를 돌리더라"며 "의료 파업 때문에 불안한데 이런 일이 발생하니 병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 진료 후 수납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전공의 집단행동 개시 후 처음 맞는 주말인 25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전공의 80% 이탈…인턴도 “임용 포기”

25일 전남대·조선대병원 등에 따르면 각 병원 전공의 80%가량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남대병원 전공의 319명 중 27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복지부로부터 업무개시 명령서를 받은 본원 소속 119명 중 5명만이 일선 현장에 돌아왔다. 조선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42명 중 사직서를 낸 113명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

중증 위급 환자만 수용하는 상황으로 수술은 응급 위주로 평소 대비 절반 수준만 소화하고 나머지는 연기되는 실정이다. 상주 인원이 줄어드는 주말에는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날 기준 병상 가동률은 평소보다 최대 35% 떨어졌다.

전남대·조선대병원에서 퇴원·전원 조치되거나 타지 경증 환자들을 받는 2차 의료기관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광주기독병원서 수련 중인 전공의 39명 중 31명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등 2차 의료기관 전공의들 역시 집단행동에 동참한 상태라 ‘과부하’가 우려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3월 임용 예정이던 인턴들도 대부분 임용 포기서를 제출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다음 주 계약 종료를 앞둔 각급 병원 전임의들까지 사직한다면 ‘2차 의료 대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병원은 인턴 예정자 101명 중 86명, 조선대병원은 36명 전원이 임용을 포기했다. 광주기독병원서도 인턴 예정자 17명이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성현·강주비·정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