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기자들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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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기자들의 눈빛’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2.22(목) 16:44
이용환 논설실장
“그는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그를 카메라로 죽였다. 사람들은 사진을 믿지만, 사진은 조작하지 않아도 거짓말을 한다. 사진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68년 2월 1일. AP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에디 애덤스가 ‘사이공의 처형’이라는 사진 한장을 출고했다. 남베트남 사람이 셔츠차림의 베트콩을 길거리에서 권총으로 즉결 처형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 사람들은 악인, 피해자는 애꿎은 서민이라는 이미지로 반전 여론까지 불러왔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사진 속 권총을 든 가해자는 월남의 경찰이었고, 사살당한 남자는 민간인 복장을 한 베트콩 전투원이었다. 베트콩 비밀 요원으로 월남군의 요인 암살이 주 임무였던 그는 그날도 남베트남 한 장교의 집에 침입해 그의 아내와 다섯 명의 자녀, 80세 노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붙잡혔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임무를 수행했지만 한 장의 사진이 즉결처형을 집행한 경찰을 잔인한 살인마로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에덤스는 그 사실을 몰랐을까. ‘나는 그를 카메라로 죽였다’는 그의 고백에 답이 담겨있다.

'절반의 진실'이지만 사진은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매체다. 한 장의 사진이 1000자의 글보다 큰 감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가 실제로 보지 못하는 것 들을 알 수 있는 것도 사진 덕분이다. 사진이 언론의 역할을 할 때 사진이 가진 힘은 더욱 증폭된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사진은 국가의 통제 속에서 알려지지 못한 현장을 생생히 전달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앞당겼다. 기록의 의미도 크다. 일상에 숨겨진 작은 사건이나 본질을 찾아내는 것도 글이나 그림 등이 할 수 없는 사진의 역할이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가 다음 달 6일부터 광주신세계백화점에서 ‘2024 광주·전남 보도사진전’을 연다고 한다. ‘현장의 눈빛’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지난 한 해 광주·전남 지역 일간지와 뉴스통신사 소속 사진기자들이 취재한 보도사진 80여 점을 선보인다. 사진의 장점은 즉각적인 정보 전달과 동정심, 분노,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을 연결해 주는데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진실과 신뢰도 어느 매체보다 뛰어나다. 지난 1년, 대한민국의 수많은 현장을 지켜낸 ‘기자들의 눈빛’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