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은암미술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전 ‘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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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은암미술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전 ‘비원’
민중미술 대가 17인 모여
홍성담 걸개그림 대작 등
김화순 등 포스트 세대도
역사 최초 민족운동 기념
  • 입력 : 2024. 02.15(목) 14:1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은암미술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전 ‘비원(悲願);긴 여정의 시작’에서 감상할 수 있는 홍성담 작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도선인 기자
1894년 2월 15일. 한국 역사상 최초 민족민주운동이 일어났다. 동학농민혁명이다. 은암미술관은 2024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전 ‘비원(悲願);긴 여정의 시작’을 15일부터 연다. 민중미술 뿌리가 된 사건인 만큼 민중미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7명 작가들이 모였으며 동학정신을 담은 판화,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선보인다.

40년간 목판화에 매진해 온 김준권 작가 ‘새야 새야’는 동학 지도자 전봉준이 민중들을 일깨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학연작을 발표하며 사회변혁운동에 참여한 이철수 작가의 동학연작 ‘기민행렬2’는 1894년 대외적으로 외세 침략과 대내적으로 권력층 무능함과 부패에 국가와 민족이 질곡에 빠진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민중 항쟁사 기록을 목판연작으로 제작해 민중의 고난과 핍박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전정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백산’, ‘비모리 전투 삼형제’를 통해 동학의 의기를 보여준다.

신학철 작가 ‘유월 항쟁도’는 한국 근현대사를 미시적으로 바라보면서 역사 속 실재하는 민중의 삶과 마주하고 한과 소망을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친 나뭇결에 민중의 간절한 염원을 굵고 거친 선으로 강렬한 표현을 새긴 목판화는 현재까지 역사의 기록과 증언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 리얼리즘 미학으로 실천하며 목소리를 내는 홍성담 작가의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는 수많은 열사와 사람이 하늘님처럼 대접받는 후천개벽 세상, 사람을 높고 낮음으로 구별하지 않는 ‘정음정양(正陰正陽)의 혁명세상을 꿈꾼다’는 동학의 정신을 걸개그림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대작이다.

민중화가 홍성민 작가는 ‘대나무와 새’라는 작품을 통해 대나무를 소재로 민중들 시대정신과 민족 공동체 서사를 담고자 한다.

김우성 작가는 역사적 전환기에 있던 인물들 모습 속에서 내면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눈보라’는 마지막 전투인 공주 우금치에서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일본군에 패배하여 후퇴하는 인물 군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민중미술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포스트 민중미술도 함께 선보인다. 포스트 민중미술 작가들은 본인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민중과 미술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파생된 작품의 형상들은 동시대 환경, 젠더, 나이, 인종, 종교, 도시 등 문제를 담고 있다.

김미련&싱 어게인, 언니야! 예술행동 프로젝트팀은 영남지역 여성 시민들의 예술 행동 콜렉티브로 사회적 이슈를 젠더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예술과 행동을 결합하는 슈프레히콜 예술형식을 추구한다.

울산민중미술 1세대로 알려진 박경열 작가는 환경, 노동 분야 작품을 3D로 제작한다.

‘녹두-생명의 뿌리를 내리다’는 동학정신(녹두꽃)이 백산→우금치→제주→광주→광화문으로 이어지며 근대사의 정신적 뿌리로 우리를 지켜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회 이슈를 역사현장에서 시대와 호흡하며 유형·무형의 흔적을 퍼포먼스로 펼쳐온 서지연 작가는 ‘Anima Mundi 2024 shaman king 이소사’에서 동학운동에 서려 있는 민중의 한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영상과 함께 선보인다.

전상보 작가는 ‘만남’에서 13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 현재, 미래와 만난다. 여전히 마음속에 동학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를 담아 화폭에 표현한다.

박성우 작가는 ‘쇼!’에서 아크릴을 사용하여 세필 작업으로 곧은 대숲과 시민들의 일상을 그려낸다. 대나무 틈새로 보이는 국민의 일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며 시민 생존을 위협하는 국가 권력을 믿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세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윤은숙 작가는 동학 정신을 생명 본원의 영원성과 연결지어 형상화했다. 생명과 이어져 그 얼이 현재도 실현되기를 기대하며 ‘아니마 문디(Anima Mundi) 너머 깃든’를 선보인다.

정지영 작가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만큼은 공평하고 자유로운 존재이기를 기대해 보며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인다.

김화순 작 붉은우물. 은암미술관 제공
사회운동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화순 작가는 동학에서 제주 4·3 항쟁, 광주와 광화문으로 이어져 오는 슬픈 우리의 이야기를 ‘붉은 우물’에서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김경화 작가는 도시에 버려진 일상 사물이나 산업 폐기물을 소재로 노동의 가치와 제도적 불평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설치미술을 주로 하고 있다. ‘조율’은 버려진 한복 천들을 활용한 작품이다. 다채로운 색감을 통해 동학농민운동이 지향한 평등정신의 염원을 담아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