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설과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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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설과 민생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4. 02.07(수) 12:56
김선욱 부국장
설은 구정(舊正)이라고 부르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삼국유사 기록에는 신라 21대 비처왕 시절(서기 488년)부터 설을 쇠기 시작했다고 한다. 설날이면 설빔이라고 해서 새옷 한 벌을 얻어 입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떡국을 먹고, 어른들께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받았다. 여자들은 널뛰기를 하고, 남자들은 연을 하늘 높이 띄우며 한해의 액운을 날려 보내고 소원 성취를 빌었다. 온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하며 즐겼다. 지금은 시끌벅적하던 명절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설날은 언제나 마음이 설레는 날이 아닐 수 없다.

밤을 새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우리네 풍습이다. 그래서 섣달 그믐날(음력 12월 30일)에는 잠을 자면 안 된다고 했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하는데, 원래는 ‘묵은세배’를 드리기 위해 어른들께 인사하느라 밤을 새우는 날이라고 한다. 자정이 지나서 복조리를 사라는 소리가 나면, 그때 사서 안 방 벽에 높이 달아두면 한 해동안 복을 많이 받는다. 일제는 이런 우리의 음력 설을 없애려고 했다. 1910년 한일합병 이후, 일제의 조선문화 말살 정책의 하나였다. 세배를 다니지 못하게 했다. 설빔을 차려 입으면 먹물을 뿌리고 떡방아간도 돌리지 못하게 감시했다. 그래도 우리 민족의 설 풍속은 없애지 못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성묘하는 나라들도 꽤 있다. 게르만 민족인 독일은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한다. 민간신앙으로 동지 날이면 조상의 영혼이 집을 찾아온다 해,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빵, 와인으로 상차림을 하고 경건하게 기다린다. 인도에선 슈랏다라는 조령제를 올렸다고 한다. 죽음과 재생의 중간적인 삶을 부여하는 의미로 사망한지 1년 만에 차례를 올린다. 일본에서는 정초와 백중(7월15일), 춘분, 추분 등 4차례에 걸쳐 조상을 모신다. 백중 날의 차례는 우리나라 추석 차례 만큼 성대하다고 한다.

10일 설날을 앞두고 차례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훌쩍 뛴 물가로 차례상 비용이 크게 올랐다. 상에 주로 올리는 사과·배의 가격이 전년대비 50% 가량 뛰었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은 울상이다. 물가안정 등 민생을 돌보는 게 정치의 기본인데, ‘민생정치’는 없고 서민들의 한숨 소리만 커지는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