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도 진상규명 의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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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전남일보]“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도 진상규명 의지 없어”
전남도의회, 시행 2년 평가회
“위령사업 등만 우선시” 비난
“조사보고서 절차 등도 문제”
법령상 한계·추상적 규정 지적
  • 입력 : 2024. 01.30(화) 18:27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30일 전남동부청사 이순신강당에서 지역 광역·기초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 여순사건 유족회, 시민사회단체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 2주년 평가회가 열렸다. 전남도의회 제공
“특별법이 제정되면 진상규명도, 명예회복도 모두 알아서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오늘의 문제 제기는 지난 1주년 당시에도 했던 말입니다. 또다시 그때의 이야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 2주년을 맞았지만, 지역사회의 관심과 역량 부족으로 진상규명은 물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도 제자리걸음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전남동부청사 이순신강당에서 특별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전남도의원, 순천 지역구 국회의원, 여순사건 유족회, 여수시의원, 순천시의원, 시·군 관계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가회를 개최했다.

이날 임송본 여순10·19범국민연대 진상규명위원장은 ‘여순사건특별법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여순사건위원회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 전남도 실무위원회 등의 구성 및 운영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했다.

임 위원장은 “여순사건 특별법은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제정됐지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진상규명보다는 위령사업 등을 우선시하고 그것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명예회복은 없다”고 강조했다.

먼저 2기로 접어든 여순위원회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2기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의 위촉도 추천을 받았는데 아직 캐비넷에 들어 있는지 명단을 숨겨두고 있다”며 “지난 12월 기습적으로 진상보고서 작성기획단을 발표한 행위를 보면 2기 중앙위원 구성도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발표를 안하고 있는 것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명예회복의 첫걸음인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이 구성원의 성향을 떠나 위원회는 물론, 위원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구성된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기획단의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정한다’라는 규정에도 불구, 지난해 12월15일 기습작전 하듯 발표한 기획단에는 여순사건에 대한 전문가, 법률가 등이 단 한 명도 없다”며 “그마저도 일부 인사들은 이념적으로 보수우익에 가깝고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로 여순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쓴다는 것인지 군사(軍史)를 편찬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견해와는 별도로 기획단은 여순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연구 경험이 있거나, 진상조사 위원회 경험 등을 구비하고 있는 사람,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해방 전후 대한민국 군경에 의한 참혹한 양민학살 관련 국가배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여순사건 희생자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 1기 소위원회 활동경과를 보고하고 법령상 미비점과 향후 입법과제를 제안한 김낭규 변호사도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구성 시 재고해야 할 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비난한 사람들이 여순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부가 동일한 시점의 역사에 대해 전혀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수도 없을 것이고, 이는 정부 스스로 국민들에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과 같은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김 변호사는 특별법에서 민간인 학살 시점상의 문제, ‘민간인’에 한정해야 하는 대상의 문제, 사망자와 후유장애자 등 희생자 범위에 대한 문제 등 법령상의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앞으로의 입법 과제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반드시 명기돼야 할 부분 등을 지목했다.

여순사건 진상규명에 대한 신고 접수 및 희생자와 유족의 심사·결정을 위한 조사 등을 처리하는 전남도 실무위원회의 역할과 위원장인 전남도지사에 대한 각성도 요구됐다.

임 위원장은 “여순사건을 전남 동부 일부 지역의 문제로만 생각하는지, 관심이 없는지 전남도지사의 각성이 필요하다”며 “특별법 제정 이후 지역사회 전반에서 대처의 오류, 관심 부족을 반성하고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을 포함해 유족, 시민사회, 언론, 정치권, 지방정부, 학계가 모두하나로 뭉쳐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순천YMCA 김석 사무총장과 여수복지뉴스 오병종 국장,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이형용 대변인 역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지역사회가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신민호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여순사건법 시행 2주년을 맞아 그동안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유족, 시민사회, 지역언론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평가함으로써 여순사건의 완전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갔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