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디올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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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디올 스캔들
  • 입력 : 2024. 01.30(화) 16:15
김성수 논설위원
1995년 열린 칸 영화제에 선 한 여성이 있다. 한 시대를 매혹시킨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다. 그녀는 칸 영화제 오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왕세자비는 모든 시선을 끌었다. 특히 그녀가 들었던 사각모양의 핸드백 역시, 영원한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당시 프랑스의 영부인인 마담 시라크(Madame Chirac)가 다이애나 비에게 준 방문기념 선물로 크리스챤 디올에 의뢰해 만든 가방이다. 크리스챤 디올이 그해 출시한 이 핸드백의 제품명은 ‘슈슈(chouchou)’였다. 연인이나 친구처럼 아끼는 사이에 부르는 애칭이다. ‘슈슈’ 라는 달콤한 이름은 다이애나 비를 만나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레이디 디올’로 재탄생한다.

선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다이애나 비는 여러 공식 행사에 이 핸드백을 들고 나타났다. 심지어 핸드백을 색깔과 소재가 다른 다양한 버전으로 디올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 백은 ‘다이애나 비가 즐겨 들던 레이디 디올 백’으로 유명세를 타 당시 전세계에서 1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다이애나 효과’가 엄청났다. 스타들에게 없는 ‘로열 패밀리’의 기품은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었고, 핸드백의 인기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디올이 다이애나 비를 찬사하는 의미로 가방 이름을 ‘레이디 디올’로 개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2024년 디올백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외신까지 한국 영부인의 명품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의 여당을 흔들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을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소에서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에게 300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을 말한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바로 ‘레이디 디올 파우치’라고 한다.

WSJ는 영부인의 핸드백 수수의혹에 대한 의문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주요 보도내용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사건을 윤 대통령 공격에 활용했고, 여당의 엇갈린 대응도 다뤘다. 일부 의원들은 영부인의 사과를 요구했고, 다른 의원은 몰카 함정이라며 김 여사를 옹호했다고 전했다. WSJ의 이같은 보도는 전세계 언론에 인용돼 퍼져 나가고 있다. 누구에겐 선물로 누구에겐 뇌물로 변질된 ‘레이디 디올’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이 끝없이 추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