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지난했던 달빛철도 통과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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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지난했던 달빛철도 통과 과정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 입력 : 2024. 01.29(월) 16:48
지난해 12월5일이었다. 회사 선배로부터 “달빛철도가 좀 이상하다”라는 연락을 받은 날이.

‘아니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한 것이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뚜껑을 열어보니 당황스러운 일이 스믈스믈 펼쳐지고 있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일부가 법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달빛철도 특별법의 통과 1단계인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솔직히 이번 소위에서 통과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기에 더욱 황당했다. 일부 여당 의원의 반대 이유를 알아보니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복선화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반대하기에 거기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가 여당의 원내대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신들이 법을 만들고 자신들이 반대하다니. “허 나라가 많이 이상해졌구나” 싶었지만 일단 기사가 우선이었다. 광주시의 입장과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대구쪽 여론도 챙겼다. 대구는 난리도 아니었다. 되려 광주는 정말 조용했다. 1탄을 쓰고 다음날도 취재를 이어갔다.

광주시를 상대로 취재를 해보니, 설상가상이었다. 여당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과를 위해 허리를 숙이는 광주 공무원들을 향해 “법안에 발의했으면 된 것 아니에요!”라며 대뜸 큰소리를 쳤으며, 어떤 의원은 아예 얼굴도 비추지 않고 보좌관이 나와 “기획재정부부터 설득하고 오라”는 소리만 해댔다. 아니 기재부를 설득해달라고 의원을 만나러 갔는데… 취재를 할수록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느낌이었다.

현 광주·전남 의원들이 민주당에서 목소리가 작은 편이기는 하나, 이 지역이 민주당에 그런 취급 당할 곳은 아니지 않는가. 뭔일 있으면 수시로 내려와 ‘민주화의 도시’니 ‘민주당의 텃밭’이니 하더니…

전후좌후 확인을 하고, 어떤 의원인지까지 체크한 뒤 기사를 써내려갔다.

뒤에 들으니 광주시 공무원은 그 기사를 들고 야당 중진들을 만나 “지역여론이 이렇다”고 말했고 기사를 본 한 중진은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라며 당혹해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다행히 민주당은 더욱 적극적으로 달빛철도 통과에 힘을 보탰고, 대구시도 아주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했다. 대구시와 같이 합작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하고 큰 힘이 될 줄이야. 그럼에도 속 뒤집는 일들은 계속 이어졌다. 교통위 소위 통과후엔 법사위 소위에서 두 번이나 발목을 잡혔다. 계속 목소리는 커졌고, 결국 반대자들은 저항을 포기했다. 통과됐을때는 나도 모르게 환호를 질렀다. 그런데 돌아보니 씁쓸하다. 아무리 구중궁궐에 계신 분에게 아첨을 떨고 싶다해도, 본인들이 만든 것을 본인들이 뒤집는 우는 범하지 말았어 하지 않나 싶으니… 총선이 빨리 오기를 더욱 간절히 기다게 된다. 저런 이들에게 내 세금을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