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KIA타이거즈의 절치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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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KIA타이거즈의 절치부심
최동환 취재2부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4. 01.22(월) 14:41
최동환 부장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다’는 의미의 절치부심(切齒腐心)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절치부심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자객열전’에 처음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 연나라 태자 단(丹)은 진시황의 침략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즈음 진시황에게 죄를 짓고 수배된 진나라 장군 번어기가 연나라로 도망쳐 왔고, 위나라 사람인 자객 형가가 나타났다. 태자는 형가에게 진시황의 천하 통일을 막아야 한다며 진시황에게 가까이 접근해 죽이자고 제안했다.

진시황을 미워하는 형가는 태자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진시황의 환심을 얻기 위해 번어기의 목을 가져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태자는 망명한 사람을 죽일 수 없다며 반대했다. 형가는 결국 직접 번어기를 만나 그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 때 번어기가 형가에게 “이는 내가 밤낮으로 이를 갈며 마음을 썩이고 벼르는 것이었소(切齒腐心).”라고 말을 한 뒤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했다. 형가는 번어기의 머리를 갖고 진시황을 만났지만, 진시황을 협박하거나 죽이는 것 모두 실패했다.

번어기의 말에서 유래한 것이 바로 고사성어인 절치부심이다. 그 후로 역사속의 많은 인물들이 시련을 겪거나 실패한 뒤 재도전을 할 때, 그들의 ‘절치부심’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며 재기했다.

절치부심은 몸과 마음이 다 상할 정도로 분해 있는 상태, 마음에 새겨져 잊지 못하는 치욕을 씻어내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 등을 가리킨다. 또는 승부 따위에 명예를 되찾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는 마음가짐을 나타낸다.

광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절치부심하며 2024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김선빈과 나성범 등 주축선수들의 줄부상과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탓에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KIA는 올시즌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한 전력 보강 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지난해 포수 김태군과 다년계약을 맺었고, 내부 FA(자유계약선수) 고종욱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새해 들어서는 내부 FA 김선빈과 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고, 최형우와도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KIA는 수준급 타선 전력을 유지하게 됐다.

또 우완 강속구 투수인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을 영입, 새 외국인 투수 구성까지 마치면서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등과 함께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정해영, 전상현, 임기영, 최지민 등의 불펜진도 건재해 올시즌 충분히 상위권 경쟁이 가능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에 그친 KBO리그 최다 우승팀 KIA가 올시즌엔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