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항산이 바로서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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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항산이 바로서는 사회
양가람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1.21(일) 15:46
  • 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맹자(孟子)’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에는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齊)나라 선왕(宣王)과의 대화에서 맹자는 “(백성에게 중요한 것은)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고 말한다.

훗날 주자는 ‘맹자집주대전(孟子集註大全)’을 통해 항산과 항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항산은 수입을 만들어내는 생업이고, 항심은 사람이 항상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이다(恒常也 産生業也 恒産可常生之業也 恒心人所常有之善心也).”

‘민본주의(民本主義)’를 주장한 맹자는 백성들의 경제적 기반 안정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봤다. 항산을 통해 백성들의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 절로 예의범절을 지키는 등 ‘변하지 않는 도덕심’, 즉 항심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 역시 백성들의 배를 채워 도덕이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급 인상률을 한참 앞지른 의·식·주 가격 상승, 코로나19 대출 상환일 도래 등. 당장 먹고 사는 문제로 멍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엔 세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했던 40대 부부의 소식도 들려왔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더 이상 생계를 꾸려가기 어렵다 판단했던 부부는 가족끼리 떠난 글램핑에서 자녀들이 잠든 틈을 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낮고 미래 자신의 경제적인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지속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9.2배 이상 높다고 한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자신의 미래 경제적 수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유명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저출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혼부부 저금리 대출부터 부부 공동 육아휴직 제도 등 다소 파격적으로 보이는 정책들이 많다. 저출산 정책이란 이름 속에 그동안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입됐지만, 출산율은 점점 더 최악을 향해가는 중이다.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말고, 아이가 잘 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 “‘낳아진’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단 희망이 없는데,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할까.” 저출산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이미 던져졌다. 그들의 제안이 총선용 공약(空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항산의 문제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는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한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