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 구맹주산(狗猛酒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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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 서석대> 구맹주산(狗猛酒酸)
박간재 취재2부 선임부장
  • 입력 : 2024. 01.14(일) 14:48
 “술을 잘 만들었는데 어찌하여 손님들이 안 오는걸까요?” “혹시 집에서 기르는 개가 사납지 않나요?” “예 사납긴 합니다” “그래서 장사가 안되는 겁니다. 어른들이 어린 자식들에게 호리병에 술을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킬텐데 어린아이들이 개가 무서워서 주막에 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송나라 사람이 술이 팔리지 않아 먹는 사람이 없어 술이 쉬었다며 그 까닭을 마을 어른에 물었더니 들려준 대답이다.
 술집 주인은 술 재료가 잘못돼 맛이 없어진 줄 알고 백방으로 개선에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였던가 보다. 술이 안팔린 원인이 술을 잘못 빚은 심오한 탓이 아니라 그 집에서 기르는 사나운 개 때문이었다는 단순한 진리조차 몰랐던 거다.
 춘추전국시대 철학자 한비자(韓非子)는 그 개를 중신(重臣)에 빗대 ‘구맹주산(狗猛酒酸·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으로 설명했다. 한비자가 말한 중신은 정치요로에 자리잡고 앉아 군주 옆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배를 의미했다. 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질고 선량한 선비가 떠나 버려 결국 나라가 쇠약해진다는 점을 비유한 말이다.
 한비자는 중신의 반대 인물인 ‘이상적인 인간’을 ‘법술지사(法術之士)’라 불렀다. 통치술을 아는 선비로 법을 만들고 그 법대로 정치를 행할 수 있는 인재이며 새로운 법을 만들어 국가와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 줄 선비와 지식인을 그렇게 불렀다.
 오는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되기 딱 한달 전 실시하는 선거로 향후 국정 동력을 결정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채 100일도 안남은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이합집산, 합종연횡하며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수십년 몸 담았던 당을 헌신짝 버리듯 패대기치며 나가는 정치인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정치판이 요지경이라지만 요직을 두루 거치며 마른 땅만 밟아온 정치인의 변신에 경악을 넘어 허탈함을 안긴다. 역전 만루홈런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며 변신에 성공할 지 모르겠지만 후세들은 결코 그를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기억하지는 않을 터다. 하긴 이런 충고도 아랑곳않고 그러거나 말거나 내 갈길 가겠지만. 총선 출마자들은 한비자의 충언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세상에는 세가지 망하는 경우가 있다. 어지러운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나라를 공격할 때 망하고, 사악함으로 바른 이를 공격할 때 망하며, 어긋남을 가지고 순리에 따르는 자를 공격할 때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