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어느 정치학 교수와의 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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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어느 정치학 교수와의 사담
취재1부 정치부장
  • 입력 : 2024. 01.08(월) 15:35
취재1부로 배속되면서 평소 친분이 있고 존경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공진성 교수와의 자리를 가진바 있었다. TV에서도 자주 얼굴을 비추는 터라 그와 있는 시간에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시민들로 인하여 대화는 20여분마다 한번씩 끊기기도 했다.

그에게 현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문제가 있긴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공 교수는 단박에 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민주당의 주된 문제는 정치를 자꾸만 인격화(personalize)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호도합니다. 탄핵이니 정권교체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치를 선악 이분법과 악의 화신을 만들어 공격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정치는 그저 대결의 장으로 변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책임을 지우는 형태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적 복수의 영역과도 궤를 같이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오래전부터 민주당에서 감지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부터다. 그 엄청난 사건 이후로 민주당내에서는 “가만 있어선 안된다”는 강한 반발심과 경계심이 싹을 틔웠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이분법의 논리로 변질되어갔다. 그나마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정권을 잡고 있었기에 이런 이분법에 자양분이 공급되지 않았지만 정권을 뺏긴 순간부터 마치 비를 맞은 사막의 선인장처럼 곳곳에서 ‘맞불’이라는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나 이분법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들을 따르는 지지자들까지 그 수렁에 빠트린다는 점이다. 당연히 현 정부는 비판받아야 할 것이 부지기수다. 너무나 많은 허점과 허수가 많아 이것이 정부 운영인가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정치의 도’는 정당한 비판을 바탕으로 한 ‘협상과 논의’다. 이것은 사적 복수나 이분법과는 명백히 다르다.

하나만 더 짚어보자면, 역사적으로 민주당 계열이 대승을 거둘때는 역사적 미션이라는 대명제가 있을 때였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 IMF의 극복, 구태정치를 벗어난 대통령의 탄생 등, 이 모든 시대적 미션들에 대중들은 공감했고,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허나 지금의 민주당은 어떤 시대적 미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시대적 미션이 있는지조차 아는지 모르겠다. 저출생의 시대, 가계 빚은 치솟고 젊은이들은 미래를 잃어 버린채 유튜브 앞에 앉아 있다. 일상에서 체감할 수준까지 위기가 몰려왔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신당은 안된다’, ‘통합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라고만 한다. 대처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정치를 하기는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