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원칙과 상식으로 대한민국 바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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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원칙과 상식으로 대한민국 바로 세워야
  • 입력 : 2024. 01.01(월) 14:36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라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출발선에 선 모두에게 새해의 희망과 각오는 각별할 것이다. 새해에는 그동안 이룬 것보다 더 나아지고, 더 좋아져야 한다는 다짐의 목소리도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상서로운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의 여건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의 실종이다. 되돌아보면 2023년은 정치가 국민에게 좌절과 고통·분노를 가져다 준 해였다. 집권당의 정치력 부재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불러왔고,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온갖 비리들도 국민을 분노에 빠뜨렸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검찰권 남용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도도 높다. 이를 막아야 할 야당의 부재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인과 청년을 비하하고 여성을 혐오하는 등 거친 언사가 끊이지 않고,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부터 선거제 개편 논의까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정파적 이해에 빠진 저열한 정치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도 사라졌다. 도덕성을 잃어버린 것도 가슴 아픈 현실이다.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마저 이대로라면 희망을 찾기 어렵다.

희망 찾기 힘든 작금의 대한민국

새해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세계 반도체 경기 상승 등에 따른 수출 회복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나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금리 정책에 따른 소비 증가세 축소’와 ‘건설업 투자 위축’ 등에 따른 내수 둔화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외 주요기관의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 안팎에 머문 것도 단순한 숫자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미 장기 불황이 눈앞에 닥쳐왔고, 언제 벗어날 수 있는지조차 기약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려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당장 부동산 PF와 가계 및 기업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큰 위험 요인이다.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면서 고액 연봉자가 늘어나는 대신 아직도 단칸방에서 겨울 추위를 견뎌야 하는 이웃도 적지 않다. 벌써 3년째에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도 숨겨진 뇌관이다.

그렇다고 기대와 희망마저 버려선 안된다. 마침 올해는 22대 총선이 열리는 해다. 이번 총선은 내로남불과 위선, 후안무치,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을 배제하고 무기력하고 맹종적인 작금의 정치현실을 바꾸는 계기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초저출생과 양극화, 지방소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단초로도 중요하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위선과 폭력, 조롱으로 점철되고, 희화화된 정치권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방법은 깨어 있는 유권자가 힘을 모으는 것이다.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민심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헌법에 주어진 가치를 살릴 대표자를 현명하게 골라야 한다. 기득권에 갇힌 맹목적인 선택도 경계해야 한다. 위기와 기회의 2024년은 결국 국민의 선택에 우리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해다.

유권자의 힘으로 미래 만들어야

뚜렷한 성과 없이 새해를 맞는 광주·전남의 현안들도 해결해야 한다. 민간 운영자를 찾지못하면서 지난 달 31일 계약이 종료된 광주시립 제2요양병원과 호남권 최초 광역철도망인 광주~나주 광역철도 노선 변경 논란은 그중 시급한 현안이다. 동서화합과 국토균형개발을 위한 영·호남 숙원사업인 달빛철도와 지역 최대 현안인 광주 민간·군공항의 무안 동시 이전, 공공의대 설립도 새해에는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 우리에게 2024년은 희망의 해여야 한다. 어느 때보다 두려운 마음으로 맞는 올 한해, 따뜻한 행복이 모두의 일상을 비추고 광주·전남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대화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소외되고 약한 자들의 눈물을 치유하고 어느 사이 사라져 버린 우리 사회의 공정성도 되찾아야 한다. 결국 이런 희망을 만드는 것은 깨어 있는 민심이다. 청룡의 해, 거대한 민심의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 대세의 한복판에 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원칙과 상식을 되찾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지난했던 2023년을 지나고 맞는 희망의 새해, 변화를 꿈꾸는 유권자의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