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구관이 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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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구관이 명관
최동환 취재2부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4. 01.01(월) 12:48
최동환 취재2부 문화체육부장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직책에 있던 옛 인물이 현재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때 쓰는 말이다. 사자성어로는 ‘구관명관(舊官名官)’. 일반적으로 전임자의 능력이 뛰어난 데 반해 후임자 능력이 이에 못 미치면 이러한 상황이 생긴다.

그러나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사회분야에서 변화가 가속화되다보니 노장의 노련함 보다 젊은 패기의 우월함을 강조하면서 빠른 세대교체들이 이뤄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고전에서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위험을 경고하는 글이 많다. ‘한비자’에 실려 있는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의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에서는 눈에 띄지 않거나 하찮아 보이는 것이라도 지혜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소위 젊은 지식인들이 나이든 선배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경륜으로부터 배우려하지 않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소학’에는 “선배가 하는 일은 치밀해 빠진 데가 없고, 후배가 하는 일은 빠뜨리는 것이 많아 엉성하다”라는 글이 있다. 후배가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경험이 주는 역량을 갖출 수는 없는 법이라는 의미다.

2024시즌 프로야구에서는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더 와닿는 느낌이다. 프로야구 10개 팀이 2024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쳐가고 있는 가운데 검증된 기존 선수 혹은 KBO리그 경력자가 많기 때문이다.

1일 오전 기준 2024년 외국인 선수 총 30명(팀당 최대 3명) 중 26명이 계약을 마쳤다. 이 중 17명이 재계약했거나 과거에 한국에서 뛰었던 선수이다. 새 얼굴은 9명뿐이다. 전체 30명 중 57%다. 2023년엔 43%였다.

과거에는 확실한 선수가 아니라면 재계약보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기존의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재계약자와 경력자가 많은 까닭은 신규 외국인 선수의 총액 상한액이 100만 달러로 묶여 있는 KBO리그 규정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경쟁력을 가진 선수들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무엇보다 새 외국인 선수가 온다 해도 성공할 것이라는 장담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4시즌 재계약 외국인 선수들이 ‘구관이 명관’임을 입증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