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아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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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아듀 2023!’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12.28(목) 17:01
이용환 논설실장
‘나 혼자만 바뀌어도 세상은 그만큼 바뀐다’. 지난 2012년 강인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망가뜨린 것, 모른 척 한 것, 바꿔야 할 것’이란 책을 펴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는 책. 사회 변화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대선이나 총선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도 개개인이 수백 번씩 반복하는 ‘일상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두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만든다’고도 했다.

과연 그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이 그렇게 망가졌을까. 놀라운 것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망가진 부분이 똑같다는 것이다. ‘따뜻한 보수’라는 이름으로 서민을 위장한 정치인, 약자에 대한 비난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군중, 지방대라는 차별적 언어로 낙인을 찍는 학벌주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순과 정확히 일치한다. ‘손님은 왕’이라며 감정노동자에게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는 뻔뻔함이나 국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정부와 권력자의 모습도 여전히 횡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강인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거짓말에 속지 않는 당신이 희망’이라고 했다. ‘한두 사람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은 가장 큰 거짓말이다. 잘 속고 쉽게 잊는 국민이 무책임한 정부를 만들고 한국 사회를 몰락의 길로 이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반대로 타인의 아픔이나 불편함을 모른 척 하지 않고, 서로 배려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망가진 한국 사회를 고쳐나갈 수 있는 열쇠도 공감, 배려, 연대를 꼽았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던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말 그대로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집권당의 무능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불러왔고,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온갖 비리들도 국민을 분노에 빠뜨렸다. 이를 막아야 할 야당의 부재와 무너진 도덕성도 어처구니없다. 14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은 14년 뒤에도 똑같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망가진 우리 사회를 고치지 못하는 것은 숙명일까. 매년 이맘때면 빠지지 않았던 후회와 반성은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한의 2023년을 보내면서 거짓에 속고 쉽게 잊었던 부끄러운 과거,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고 공감마저 잃었던 지난 날을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아듀 2023!’.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