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취재2부 기자 |
없앴다고 했지만 등장해버린 킬러문항, 극악의 난이도를 보여준 국어·수학 영역 등으로 인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누가봐도 킬러문항이지만 정부는 ‘매력적 오답’, ‘변별력 확보’라는 이름으로 달리 부르며 킬러문항은 출제하지 않았다고 했다. 보통 5%내외 정답률을 기록한 문항을 킬러문항이라 일컫는데 출제기관은 논란의 킬러문항 정답률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 킬러문항을 없애고자 한 이유는 공교육 과정 내에서 학습되지 않은 개념, 연산, 지문 등을 어렵게 출제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킬러문항이 공교육 킬러라고 단정지으면서 말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는 단순히 학교냐 학원이냐의 차이가 아니다. 공교육은 모든 학생들의 기초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그에 반해 사교육은 원칙과 개념보다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그렇다보니 수능이라는 대시험 앞에서 문제풀이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교육의 특혜를 입은 학생들 실력이 더 앞설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수능이 사교육 증가의 범인으로 지목되자 점차 정시의 비중이 줄어가고 수시 영역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수시로 지원했을 때는 수능 성적에서 최저 등급 기준을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수능 성적에 좌지우지 되는 양상은 전보다 줄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마주하는 시험은 수능이 전부가 아니다. 중간·기말고사부터 모의고사까지 시험 앞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게 만드는 교육계의 자성이 필요하다.
시험이 전부가 아닌 교육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매년 등장하는 수능 폐지안도, 수시 확대 기조도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돼야 한다. 정부는 공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킬러문항이냐 아니냐는 지엽적인 논쟁보다 시험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